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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보호관찰 대상자를 찾아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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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보호관찰 대상자를 찾아나서며…
  • 박상순 서울동부보호관찰소 책임관
  • 승인 2010.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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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순 서울동부보호관찰소 책임관
“수현(가명)이 어머니, 수현이는 아직 소식이 없나요?” “네! 수현이 친구들도 수현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사실대로 말을 해주지 않네요.”

전화기 수화기 너머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침 7시30분, 하루를 시작하는 필자는 몇일 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보호관찰 대상자 수현이 어머니와 통화로 첫 업무를 시작한다.

보호관찰은 교도소나 소년원에 구금하는 대신 일정기간 준수사항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거나, 일정시간 무보수로 봉사활동을 하는 사회봉사명령, 약물남용치료·준법운전 등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수강명령 등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는 새로운 형사정책 수단으로 우리나라는 1989년 7월부터 도입·시행되고 있다.

보호관찰소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가슴에 한 웅큼 씩의 상처를 갖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 부모의 이혼, 학교에서의 따돌림 등 어린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암흑으로부터 탈출구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까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들과 어울리게 되고, 일체감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하려고 한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함께 탈선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은 부정적 심성이 뿌리깊기에 단순한 보호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다. 보호관찰소에 오는 아이들 대부분은 집중심리치료 등의 치료하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전국 보호관찰소에서는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를 통한 비행청소년 지도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실질적으로 많은 범죄예방위원들까지도 수현이와 같은 청소년들을 맡아 지도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 보호관찰소에 만났을 때 수현이는 초점을 잃어버린 눈동자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면담에 응했으며, 학업은 중학교 2년 때 중단된 상태에 있었다. 수현이는 생업에 바쁜 부모가 가정지도에 소홀해지자 불량 또래들과 어울리면서 학교에 가지 않고 오토바이를 훔치는 등 비행성이 심화된 것이다.

경찰 조사, 법원 심리를 거치면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수현이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고입검정고시 합격을 통해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한 후 올해 보호관찰소에서 운영하는 검정고시 공부방에서 책을 끌어안고 공부했으나, 6과목 중 1과목이 0점 처리가 되어 아깝게 불합격됐다.

그럼에도 수현이는 좌절하지 않고 내년에 고입·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대학에도 꼭 가고 싶다는 열망을 품던 아이였다. 그런 수현이가 최근 일주일 째 가출을 한 상태에 있다. 주변의 친구들을 통해 수현이가 지낼만 곳을 알아보고 있으나 좀처럼 연락이 되지 않는다.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수현이를 볼 때면 힘이 난다면서 좋아하던 어머니가 수현이를 찾기 위하여 생업을 포기하고 시름에 빠져있다. 하루라도 빨리 수현이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여, 다시 예전의 수현이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데…

아이들이 장기간 가출상태가 지속될 경우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진다. 배고픔과 잠잘 곳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쉽다. 오늘은 수현이 친구들을 직접 만나 알아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친구 연락처, 주소 등을 챙기며 아침 출장 준비를 자꾸만 서두르게 된다.

오늘은 수현이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과 희망을 가지고서, 그리고 제발 나쁜 비행에 빠지지 않고 무사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간절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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