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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볼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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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볼모인가?
  • 최병요 칼럼니스트
  • 승인 2009.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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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요 칼럼니스트
국회의 여야 대치상황을 보노라면 '도대체 저들이 뭐하는 사람인가' 하는 의아심과 함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의 꽃이자 효율적인 구현 수단이다. 국가의 주체이며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기관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믿을만한 인물을 직접 골라 대변 역할을 맡긴 사람들이다.

그러한 국회의원이 맨 날 눈 뜨고 볼 수 없는 싸움질이다. 국민의 권익에 관한 중대사항을 논의하다 보면 언쟁이야 있을 수 있다.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논박과 설득과 협상과 담판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표결로 판가름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우리 국회는 허구한 날 원색비방, 몸싸움, 가두농성, 폭력대치, 고소고발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국민의 뜻임을 내세운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저들이 말하는 국민 속에 나도 포함되는 것인지 보통 궁금한 게 아니다. 내 뜻은 저들과 다른데 사사건건 ‘전체 국민의 뜻’을 내세우니 이 나라의 국민은 누구인지 그 정체성이 의심될 정도다.

이번 미디어 관련법 처리과정에서도 여야 간의 극한 대립은 여전했고 급기야 직권상정으로 통과되었다. 세에 밀린 야당은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며 의원직 사퇴라는 직무 포기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소수 야당의 답답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시종일관 소수당을 무시하며 횡포를 일삼는 다수당의 우격다짐에 대처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극한대치로 맞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 같다. 그것이 ‘국민의 뜻’을 수호하는 선구자의 도리라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면 그들의 의중처럼 과연 여당인 한나라당은 비이성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반민족적(반통일적)이고 반국민적이며 의원자격 조차 없는 집단이란 말인가. 확대 해석하면 한나라당을 다수당이 되도록 지지해준 유권자들은 반민주적·반민족적·비이성적 비국민이란 말인가. 반대로 민주당을 지지해준 소수 유권자만이 민주적·민족적·양심적 국민이란 말인가.

야당은 또 ‘국민의 뜻’이 ‘여론’이고 그 여론이 민주당의 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과연 그런가. 그렇다면 각종 여론 지지도 조사결과 번번이 한나라당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치는 수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의사결정수단의 하나인 다수결이 항상 선(善)이고 정(正)인 것은 아니다. 그나마 합리적인 방법일 뿐이다. 다수결은 원래 소수의 의견도 존중한다는 데 합목적성이 있다. 당신들의 뜻은 충분히 알았으니 모든 사람이 다 똑 같은 생각인지 물어보자는 것이다. 대다수가 당신들의 뜻과 다르면 당신들도 아쉽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뜻에 승복하라는 약속이다.

이 같은 민주적 절차에 대해 이해는커녕 의식조차 없으니 강경 극한투쟁으로 일관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원래부터 그런 자질 태부족 상태이니 ‘의원직 사퇴’를 비장의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이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바이다. 당신들이 없는 의젓한 국회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진정 ‘국민의 뜻’임을 일깨워 준다. 말이 나왔으니 차제에 반드시 의원직을 사퇴하고 다시는 출마하지 말았으면 한다.

민주당이 말하는 국민들도 민주당의 돌출, 돌발, 극한적인 행태를 눈 여겨 보면서 혀를 차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당은 좀 더 당당해져야 한다. 혹시 노무현 대통령의 조문행렬이 모두 민주당만의 국민이라고 착각한다면 분수도 이만저만 아니다. 생트집 잡는 정당, 떼쓰는 정당, 억지 부리는 정당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제발 더 이상 국민을 볼모잡는 ‘국민의 뜻’ 운운하지 말라. 그러한 상투적인 언사에 국민들은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다. 정말로 역겹고 지겨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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