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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이 문화유산으로 행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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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이 문화유산으로 행복하려면 
  • 서강석 송파구청장
  • 승인 2023.06.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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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석 송파구청장
서강석 송파구청장

지난 5월29일 문화재청장은 한국경제 기고 ‘국민이 문화유산으로 행복한 나라’를 통해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보호 과정에서 여러 규제가 생겨나 주민과 기업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면서 “강력한 규제개혁을 추진해 왔고 올해도 규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장이 여러 규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올바른 문제 인식이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송파구 풍납동의 경우 문화재 규제 완화는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문화재청장의 말과는 다르게 강력한 문화재 규제는 계속되고 있으며, 많은 주민들이 ‘문화재 독재’라며 신음하고 있다. 

송파구청장은 취임 이후 지난 1년 동안 풍납동에 대한 부당한 문화재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풍납동 주민 3117명도 구구절절한 청원서를 작성해 규제 완화를 바라는 청원을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규제 완화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으며, 급기야 지난 3월 송파구청이 문화재청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도 문화재청은 송파구청장의 수차례에 걸친 면담 요구마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풍납동 지역이 토성으로 둘러싸인 백제의 왕성이라고 추정한 후 1993년부터 주민들을 내보내기 위해 보상을 시작했다. 문화재청은 지금까지 30년 동안 1조1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세금을 보상에 투입했다. 보상받은 주민들이 떠난 빈터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렇게 이가 빠진 듯 풍납동 곳곳에 자리한 빈터와 빈집만 315곳이다. 

문화재청은 올해 발표한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에서 송파구청과 아무런 협의 없이 지금까지의 일방적 규제를 그대로 유지해 발표했다. 풍납동 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에 따라 주택 신축 금지, 지하 2m 이내 굴착 금지, 지상 7층‧21m 이상 건축 금지 등 강력한 건축 규제를 하고 있다. 지하 2m도 파지 못하는데 어떻게 7층 건물을 올리란 말인가? 결국 아무런 건축도 못하게 하는 규제이다.

주택은 낡고 지역의 슬럼화는 가속되고 있다. 1993년 이후 송파구 전체 주민은 증가했으나 풍납동만은 2만명이 넘게 줄었다. 지방 소도시 하나가 사라진 것과 같은 규모의 인구 감소이고, 지금도 생활의 불편을 견디지 못하는 풍납동 주민들이 정부를 원망하며 계속 떠나고 있다. 

문화재청장에게 묻고 싶다. 문화재청이 진정으로 풍납동에 하고자 하는 정책의 최종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말이다. 앞으로도 몇십 년간에 걸쳐 수조 원의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을 계속 투입해 풍납동 지역 주민을 모두 내보내고 나대지로 만든 다음 문화재 발굴을 하겠다는 것인가? 30년째 백제의 왕성이라고 추정한다면서 지금까지 보여준 왕성이라는 발굴의 뚜렷한 증거는 무엇인가? 왕성이라면 주춧돌·서까래·왕관 등 유물이 나와야 하는데 어느 하나라도 나온 것이 있는가? 

지금까지 풍납동에서 발굴한 문화재라는 것은 깨어진 토기 파편뿐이다. 이러한 옛 토기 파편은 서울지역 어디에서든 땅만 파면 흔하게 나오는 것들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굴 수집한 토기 파편만 수 만점에 이르고 있다. 과연 그러한 토기 파편이 문화재보호법 상의 문화재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 천문학적인 세금을 들이고 수만 주민의 삶을 옥죄면서 발굴하고 후손에게 전하기 위해 보호해야 할 문화재인지 반문하고 싶다.

풍납동 문화재와 지역주민 삶의 균형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문화재청이 왕성이라고 추정하며 주장하는 풍납동 핵심지역은 언제든 발굴할 수 있도록 백제역사문화박물관공원으로 조성하고, 그 주변은 현재 적용하는 문화재청의 일체의 규제를 철폐해 다른 지역처럼 한강 변의 풍납 신도시로 발전할 수 있게 하면 될 것이다. 잘 개발되고 역사문화가 함께 하는 풍납동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백제의 역사와 문화‧전통을 경험할 수 있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상생’의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삶을 사는 주민들에게 일방적 피해만 강요하는 문화재 규제는 문화재 독재이다. 문화재청장은 기고문에서 밝힌 대로, 그리고 2023년 대통령께 문화재청 연두 업무보고에서 보고한 대로, 불필요하고 과도한 문화제 규제를 즉시 철폐하기 바란다. 말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주민의 삶과 문화재 보호가 함께 하는 문화재 행정으로 전환하기를 촉구한다. 

다시 한번 문화재청장에게 풍납동 규제 철폐를 요구하며, 조속히 송파구청장과 풍납동 지역 주민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주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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