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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10분’ 안전한 배달 기다리는 고객의 배려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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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 10분’ 안전한 배달 기다리는 고객의 배려시간
  • 전찬기 안전보건공단 서울동부지사 안전보건1부장
  • 승인 2022.05.04 2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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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시키신 분!”, 30대 중반 이후의 연령대라면 배달원이 짜장면을 주문한 고객을 찾기 위해 외치는 소리보다는 마라도 앞바다에서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고 외쳐대는 광고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한때 유행어로 번졌던 이 말은 1997년 한 통신사의 광고 카피이다.

배달을 소재로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이 잘 터진다는 광고는 유명세를 치르고 연이어 배달 시리즈를 내놓는다. 이 광고는 그동안 배달 장소가 집이나 사무실 안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집게 되는데, 일명 ‘삐삐’라고 불렸던 무선호출기가 사라지고 휴대폰의 등장으로 배달 장소가 더 이상 실내가 아닌 밖으로 확대되면서 배달문화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후 2007년 아이폰의 탄생으로 스마트폰 역사가 시작되었고, 배달 앱이 생기면서 배달 플랫폼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배달문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변화하게 된다. 현재 전 국민 70%가 배달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듯이,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인 던험비(Dunnhumby)의 2020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배달음식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어떤 음식이 가장 많이 배달되고 있을까? 예상했듯이 바로 치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한식 수요 증가로 부동 1위의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치킨은 여전히 배달음식의 대명사이다. 치킨 수요가 크게 늘어난 시점이 2002년으로, 한일 월드컵은 응원과 함께 치킨시장 확대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는데 그해에 무려 1만3000여 개의 치킨집이 개업을 했을 정도다.

여기에 맥주를 더한 ‘치맥’의 탄생은 스포츠와 치맥이 어른들의 놀이문화로까지 자리잡게 되고, 국제 스포츠대회가 열리는 날에는 어김없이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치맥을 배달시켜 먹으면서 열정적으로 응원을 한다. 그리고 이날만큼은 윗집 아랫집 층간 소음도 배려가 되는 특별한 날이 된다.

이렇듯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라 배달문화는 진화가 되었고, 우리는 스마트폰 앱을 누르면 화려하게 열리는 먹거리 세상에 열광을 한다.

2020년에는 배달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게 되는데,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플랫폼 수요의 급증이다. 이는 퀵 서비스업 증가에 한몫을 하게 되는데, 퀵 서비스업은 2020년 5400여 개소로 1000여개소가 늘어났으며, 2021년엔 약 1400개소가 증가해 무려 7000여 개소로 늘어났다. 2년 동안 2400개소가 늘어난 것이다. 퀵서비스 종사자도 2021년 2만7000명으로 2019년 대비 170%나 늘어났다.

이렇게 배달시장이 코로나19 특수로 호황을 누리고 있고 우리가 다양한 배달음식에 환호를 하는 그 한편에, 배달 종사자의 사고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륜차(오토바이)에 의한 배달 재해는  2021년 전국적으로 4000여 명 발생해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무려 2000명이나 늘어났다.

사고 시 치사율이 승용차의 2.7배라고 하는 오토바이 위험성은 수십 년 전부터 오토바이 판매상끼리 도는 섬뜩한 속설에서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오토바이 한 대를 팔면 관짝도 한 개 팔린다’는 것이다. 어쨌든 오토바이는 위험한 운송수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헬멧 착용은 위험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겠지만, 온몸이 위험으로부터 노출되어 있어 사고가 나면 치명적일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공단에서는 2021년부터 ‘이륜차 배달 플랫폼 재해예방 시스템’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함으로써 배달 종사자가 사고 다발구역에 접근하거나, 우천 시 경고 메시지가 음성으로 표출된다.

그리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최초 구동시 15초간 배달 종사가가 알아야 할 도로교통법과 운전자 준수사항 등 120종의 사고 예방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올 초에 고용노동부에서는 12개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 및 국토교통부·경찰청과 함께 배달 플랫폼 종사자의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조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협약했으며, 이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배달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문제점 및 해결책 등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플랫폼 업체에서는 배달원에게 콜을 지정해서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배달원의 소득은 줄었지만 안전을 확보했다고 한다.

정부, 지자체, 배달 플랫폼 업체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배달 종사자의 안전운전, 그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배달음식을 기다릴 줄 아는 고객의 배려, 이 모든 것이 조화로울 때 비로소 성숙되고 안전한 배달문화로 정착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는 4월18일부터 해제되었고, 5월2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되었다. 우리가 원했던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는 분위기다.

이제는 한강 고수부지에서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여기저기 보일 것이고,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응원하는 고객에게 치맥을 열심히 배달하는 오토바이도 보일 것이다. 그리고 11월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새벽까지 치킨집 앞에 배달 오토바이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

배달 건수를 하나 더 늘리는 것보다 안전한 배달로 청춘을 지키고, 도착이 늦어도 웃음으로 배달음식을 맞이하는 고객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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