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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눈빛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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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박한 눈빛들을 생각하며"
  • 김관석 김관석의원 원장
  • 승인 2008.06.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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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지역 의료봉사기

 

▲ 미얀마 의료봉사를 다녀 온 김관석 원장
2008년 5월2일 미얀마는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폭격으로 온 천지가 마비되었다. 국제단체들의 구호의 손길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 시점, 코리아의 긴급구호대가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난민구호에 나섰다.

우리 일행 30여명은 6월5일 오후 9시 미얀마의 수도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열대 우림의 더위와 습기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꽁양곤이란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땅이 습하여 집들이 허리춤 높이에 바닥을 두고 대나무나 나무들의 골조위에 나뭇잎들로 가린 집들이 대다수였다.

양노원은 그래도 지붕이나 집구조가 남아있어 괜찮은 편에 속해 우리 팀이 머물기로 한 장소였다. 처음에는 앞마당의 대지위에 천막을 치고 구호활동을 시작할 요량이었다. 첫날 저녁 하늘은 우리에게 마당에서 천막을 치고 잘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이클론이 다시 몰려오는 듯, 모진 비바람이 밤새 불어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에어텐트가 맥없이 무너졌다.

부랴부랴 양노원 맨바닥에 야외용 돗자리와 1인용 모기장을 설치, 대피하면서 우리는 맨바닥에서 모기장 텐트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나마도 모기장이 없어 밤에는 말라리아 모기에 육신으로 보시하고 낮에는 더위와 싸워야 했다. 전갈이 다니며 도마뱀들이 벽에 붙어 움직인다. 말라리아 모기들과 각종 벌레들이 몸을 괴롭힌다. 수도 없이 날파리들이 눈과 코 속으로 파고들어 온다.

미얀마 사람들을 보면서 차라리 가축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지만, 인간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보며 대책없는 낙후한 나라의 단면을 보면서 안타까워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눈망울은 총총하게 감사를 보내며 한없이 의지하려는 그들의 연약함을 보면서 그것들을 감싸안고 싶었다.

심한 탈수와 고열로 사경을 헤매다 우리 진료팀의 정성어리고 적절한 처치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한 아주머니의 눈빛에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인간애를 보았다. 반신불수가 되어 거동도 못하지만 우리 진료팀이 왔다고 하여 사람에게 업혀서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그녀에게는 병원의 치료가 절대적으로 요하는 상태였다. “병원에 입원해서 장기적으로 치료받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통역을 통해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하염없이 울어 버리는 환자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같이 울었다. 동료들의 이야기는 자식도 없고 돈도 없어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답답한 일이였지만 어쩔 수가 없어 한참을 달래고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열심히 “이렇게 치료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하고, 가지고 간 약의 절반을 그 환자에게 주었다.

돌아가면서 한 가닥 희망의 눈빛으로 인사하던 그녀의 눈망울을 또한 잊을 수가 없다. 수없이 많은 환자들을 7일 동안 보면서 급기야 우리 대원들도 하나 둘 쓰러지기 시작한다. 마지막 날 열기와 습기에 온몸이 가열되어 의식이 흐려지고 온몸이 붓기 시작하였다.

진료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맨바닥의 모기장엘 와서 앉아 있었다. 그때 7일 동안 내 곁에서 불편한 것이 없는지 밤낮으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려는 양노원 우취엔타이 노인이 옆으로 다가왔다. 손에는 미얀마 고유의 손부채를 들고 와서 나에게 부쳐주는 것이었다. 감사한 마음이 눈물을 흐르게 한다.

더 이상의 진료가 어려워 마지막 오후 한나절을 진료치 못하고 2시간 거리의 양곤으로 옮겨오면서 그 노인네와 작별하였다. 그리운 님 떠나보내는 안절부절함이 역력해 보인다. 언젠가는 그 노인네들의 순박한 눈길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9박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내려 잠실행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잠깐 조는 사이 꿈속에서 그 눈망울들이 스쳐 지나간다. “인간은 누구나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라고...

 

김관석 원장(의학박사·전문의)은 지난 6월5일부터 15일까지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지역에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의료지원단 요원으로 꽁양곤지역에서 의료구호 및 방역활동을 펼치고 돌아왔다.

김 원장은 △전 송파구의사회장 △한림의대 외래교수 △실사구시 사회봉사단 공동대표 △복지사회를 위한 4050연대 상임고문 △국제보건의료재단 의료봉사단 운영위원 △조선대 의과대학 수도권 동문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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