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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아리수’에 대한 편견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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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아리수’에 대한 편견 버리자
  • 진두생 서울시의원(환경수자원위원회)
  • 승인 2016.04.2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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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두생 서울시의원

편견의 힘은 세다. 과거에 어떤 사건이나 사안이 벌어졌을 때 생긴 편견은 시간이 지나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확신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경험 중 일부는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들은 경험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즉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과거와 달리 많이 달라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편견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견을 버리는 일은 생각의 폭을 넓히는 일이자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시작이다.

그런 편견 때문에 어떤 사안이나 대상을 왜곡해서 보는 일은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자주 벌어지는 대상이 ‘수돗물’이다. 현재 서울시민 중 대부분은 태어나면서부터 수돗물 ‘아리수’를 접하고 있다. 지금은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1908년 우리나라 최초로 뚝도정수장이 들어선 이래 서울의 상수도시설과 정수처리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1950년대 한국전쟁 후 파괴된 상수도시설을 복구하고, 1960~70년대 산업화로 급격히 늘어난 인구로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이 화두로 떠올라 상수도관과 가압장, 배수지를 증설했다. 1980~90년대에는 수돗물의 수질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인 정수처리 기술을 개발했고, 노후된 상수도관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에는 건강하고 맛있는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가 그 어떤 문제도 없이 각 가정에까지 제대로 전달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해 오존과 숯으로 한 번 더 걸러, 더 맛있고 건강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상수도 기술이 그리 발전하지 못했던 때에는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기도 했고,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단수가 되는 일도 빈번했다. 1960~70년대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

하지만 시민들의 의식은 아직도 상수도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던 때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의 경험으로 생긴 편견이, 서울의 상수도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하게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탓이다.

그 편견이 먹는 샘물과 정수기 시장을 키웠고, 그 결과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수질과 맛 차이가 거의 없는, 오히려 다른 먹는 물보다 더 좋은 수돗물을 놔두고 따로 비용을 들여가며 정수기를 설치하고 먹는 샘물을 구입해서 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편견의 힘은 세다. 그러나 편견은 편견일 뿐이다.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면, 또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수돗물을 놔두고 다른 먹는 물에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 다행인 것은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수돗물의 정수과정과 상수원에 대한 불신이 깊었으나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아리수정수센터에서 생산하는 수돗물에 대해서는 신뢰감을 표한다. 많은 시민들이 아리수정수센터에서 수돗물 정수과정을 살펴보고, 페트병에 담긴 ‘병물 아리수’를 마셔본 경험 덕분이다.

현재 시민들이 신뢰감을 그리 많이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수도관에 대한 것이다. 땅 속에 매설되어 있고, 노후된 수도관 문제를 부각시킨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아파트 저수조를 청소할 때 나오는 물을 마치 녹물인 것처럼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고, 실제 노후된 수도관을 사용하는 가구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실상은 어떨까? 서울시는 1984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 전체 상수도관 1만3721㎞ 중 1만3324㎞(97.1%)를 녹이 슬지 않는 수도관으로 교체 완료했고, 나머지도 2018년까지 교체 완료할 계획이다. 또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주택 내에 있는 노후된 수도관에 대해서도 시민 건강을 고려해 교체 공사비를 80%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한 노후 옥내급수관 교체 지원 사업 결과 1994년 4월 이전에 지어지고, 노후된 수도관을 사용하고 있는 56만5000가구 중 22만9600여 가구의 수도관을 교체했고, 올해 8만6000가구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33만5400가구 전체를 교체 완료할 계획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350만 가구의 9%에 해당한다. 여기에 공동주택 등에 설치되어 있는 저수조를 더욱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한편, 아파트 등에 설치되어 있는 저수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고층아파트 직결 급수도 추진 중이다. 한 마디로 말해 서울시는 정수센터에서 생산한 수돗물이 아무런 이상 없이 각 가정에까지 공급될 수 있도록 수도관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는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더 맛 좋고 더 건강한 아리수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생겨난 편견을 버린다면 아리수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고, 아무 거리낌 없이 아리수를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수기 물이나 먹는 샘물보다 수질이 뛰어나고, 친환경적이며, 정수기보다 329배, 먹는 샘물보다 1130배나 싼 가격의 아리수를 마신다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수돗물 아리수에 대한 편견을 버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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