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최종편집2024-04-26 15:24 (금) 기사제보 광고문의
대안교육 수단으로서의 자원봉사
상태바
대안교육 수단으로서의 자원봉사
  • 최병요 칼럼니스트
  • 승인 2007.12.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최병요 칼럼니스트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위치를 향유하고 있는 것은 효과적인 교육에 그 으뜸 원인이 있다. 여기서 효과적인 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생물이 나름대로의 차세대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경우에도 직접교육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에게 보다 우수한 유전자를 넘겨줌으로써 간접적인 적자생존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치타 같은 야생 포식동물의 경우도 극히 기초적이지만 어미가 새끼들에게 사냥법을 전수하는 모습을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단순히 먹고 생존하는 교육뿐만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법을 제도적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는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이다. 그 효과가 찬란한 인류역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교육도 학교교육도 사회교육도 모두 그 전통적인 틀을 일탈해가고 있어 이 시대, 이 나라의 최대 명제인 민주시민의식을 고양시키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가정교육은 ‘내 아이가 최고’라는 이기심으로 이미 정상궤도를 벗어났고, 학교교육은 덩달아 상대적 평가를 위한 점수벌레 만들기에 급급하며, 사회교육은 어른들의 경륜을 폐기장의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의미에서 자원봉사운동은 훌륭한 대안교육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엊그제 서울시 송파구의 2007자원봉사자대회에 참석, 봉사자들의 열정을 접하고 내린 판단이다. 송파구의 자원봉사자는 70만 구민의 15%에 해당하는 10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올해 들어 봉사시간 200시간을 돌파한 사람만 35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누적 5000시간 돌파자 7명, 1만 시간 돌파자 3명이 새로 탄생했다.

계량 수자로만 볼 때 실로 엄청난 진전이다. 그러나 350명이 적립한 7만 시간의 봉사내역을 보면 장애우 목욕봉사 등 1회성 및 단순노동성 봉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전문분야 또는 기술습득지도 등 지속성 및 효과증대성 봉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

선진사회에서의 봉사는 단순히 자기의 남는 시간과 노력을 무상 제공하는 차원이 아니다.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지혜와 지식과 물질과 사랑을 기꺼이 나누어줌으로써 사회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 안정을 도모하고 소외받는 이웃과 위난에 처한 사람의 동반자, 구출자로서 헌신하는 차원이어야 한다. 따라서 일정 목표를 향한 헌신이고 일정 목표까지 지속적으로 달려가는 봉사가 진정한 봉사의 모습이다.

이번 태안반도의 기름유출사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재삼 입증되었다. 불과 며칠 만에 연30만 명을 넘는 봉사자가 밀려왔다.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훼손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우리 환경은 내손으로 지키겠다.’고 말하는 봉사자들 가운데는 유독 가족단위, 직장단위의 구성원들이 많았다. 기름찌꺼기 한 줌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걸레질 삽질 솔질하는 봉사들의 모습에서 뚜렷한 목표 아래 끝까지 달려 나갈 의지가 묻어났다.

머지않아 태안반도는 물론 인근 피해지역의 환경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아날 때 복구에 참여했던 봉사들은 여태껏 누려보지 못했던 커다란 자긍심에 빠져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 밭과 손길은 예전보다 더 아름답고 성숙해질 것이다. 자원봉사활동이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사이 효과적인 민주시민 교육으로 작용했음에 다름 아니다. 

이쯤해서 ‘자원봉사는 선진민주시민의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고 정리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