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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기능직공무원 길병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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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기능직공무원 길병군씨
  • 윤세권 기자
  • 승인 200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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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시설에 6100만원 후원… 27년간 남몰래 선행

 

▲ 81년부터 27년간 사회복지시설에 6100여만원을 남몰래 후원한 송파구청 길병군씨.
송파구청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이 27년간 사회복지시설에 6100여만원을  남몰래 후원해 온 것으로 밝혀져, 공직사회를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구청 재난관리과에 근무하는 길병군씨(55·기능8급). 그는 “그냥 불우이웃들을 돕고 싶어서 했던 일인데…”라며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길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소방관으로 일하던 지난 81년, 늘 봉사를 생각해오던 길씨는 강남구청 사회복지과의 연계로 마천동 청암요양원을 소개받고 비번 날을 이용, 환자 이송 및 장보기 등의 차량수송 봉사를 하게 됐다.

청암요양원에서 어머니 같은 할머니들을 보면서, 또 임마누엘재활원의 장애어린이를 보면서 그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박봉을 쪼개 이들에게 매년 쌀과 부식 등 식료품을 지원하고, 다과회나 경로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81년부터 시작된 그의 이웃사랑 행진은 2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너덜너덜 떨어진 조금만 수첩에는 81년 11월20일 쌀 20가마를 비롯 라면 10박스, 양말 50켤레, 식품, 제과, 차량수리 등의 봉사내역이 빽빽이 적혀 있다.

81년부터 2002년까지는 청암요양원과 루디아의 집·임마누엘재활원·신아재활원, 여주 소망의 집 등 복지시설에 식료품을 주로 후원했으나 2003년부턴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 시설을 돕고 있다. 27년간 몰래 후원한 물품을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6100여만원이나 된다.

길씨는 수락산 요양원으로 몸이 안 좋은 한 할머니를 업고 이송하던 중 등에 업힌 할머니가 했던 말을 결코 잊을 수 없단다. “젊은이, 내 죽어도 잊지 못할꺼야”라는 그 말 한마디가 그를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의 선행 가운데 특이할 것은 90년부터 2000년도까지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효도관광. 모두 10회에 걸쳐 여주 실륵사를 비롯 광릉 수목원, 수안보 온천, 용문산 등지로 불우한 노인을 모시고 양아들로서 바깥 구경을 시켜드렸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중단했지만 길씨는 그것이 못내 아쉽다고 한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그는 계속해서 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단다.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핀 웃음꽃과 어깨춤을 보면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길씨는 생을 마치는 날까지 계속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81년부터 27년간 사회복지시설에 6100여만원을 남몰래 후원한 송파구청 길병군씨. 여주 소망의 집을 찾아 식료품을 전달한 길씨(왼쪽에서 두번째)가 식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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