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에 푹 빠진 할머니·할아버지들

실버인형극봉사단, 어린이집에서 공연 요청 쇄도

2008-10-02     최현자 기자

 

손주 같은 꼬맹이들 앞에서 익살스런 연기도 마다 않는 할머니·할아버지 인형극단이 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형극이라는 매체를 통해 노인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노인들의 사회봉사 실천 및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창단된 송파노인복지관의 실버인형극봉사단.

실버인형극은 역할 정하기부터 시작해 막 뒤에서 한바탕 자리 배열이 벌어진 뒤에야 공연에 들어간다. 한 손에는 직접 만든 옷을 입힌 손 인형을 들고, 한 손에는 미처 외우지 못한 대본을 들고 비지땀을 흘리며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창단 2년째인 실버인형극봉사단의 단원은 전직 교사 출신 할머니 3명과 공무원 출신 할아버지 1명 등 12명이 2조로 나눠 공연을 진행한다. 최연소 김순옥 할머니(61)부터 최고령 김하균 할아버지(85)까지 세트 운반부터 연기까지 멀티 플레이어 정신으로 뭉쳤다.

지난해 ‘황금알을 낳는 닭’에 이어 올해는 ‘심청전’과 ‘이수일과 심순애, 그 후’까지 무려 3편의 레퍼토리를 갖췄다. 최근 들어 송파구 관내 어린이집마다 실버인형극봉사단 모시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하루에 장소를 옮겨가며 2회 공연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거여어린이집 첫 공연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관내 방과후교실,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 내 각종 이용시설을 두루 찾아 인형극을 보여 줄 예정이다. 13회에 그쳤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2배 이상 공연요청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공연 ‘이수일과 심순애, 그 후’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활동이 예상된다. 상담봉사와 컴퓨터 보조강사·구연동화·양로원 봉사 등 각자 활동이 바빠 정기연습은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한다. 물론 3개월 간 1주일에 1∼2번 인형제작 및 연습과정을 거쳤다.

교사 출신인 이순희 할머니(81)는 “대사 외우는 게 제일 힘들어요. 자면서도 대사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정돈데, 너무 바쁘고 재밌어 늙을 틈도 없다”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할머니·할아버지의 재롱에 어린이들도 신기하고 재밌는 모양이다. 공연이 끝나면 인형을 만져보려는 아이들이 줄을 선다. 또한 실버인형극단은 공연 후 아이들과 손가락 인형을 만드는 활동체험도 함께 하면서 정을 나눈다.

순수 무보수 자원봉사! 그러나 인형극 재미에 푹 빠진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오늘도 인형을 들고 어린이집을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