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섬기는 관리자 선택’ 축제돼야

2014-05-18     이재갑 전 국회 정책연구위원

 

지방 발전의 진운을 걸고 오는 6월4일 실시하는 제6기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광역 및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 등 3952명의 지역일꾼을 선출한다. 각종 선거야말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주민의 대표를 직접 선출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주민축제’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로 5000년 역사 위에 지울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이 훨씬 더 지났음에도 살점 떨리는 애도 분위기임을 감안하면 올해 지방선거는 경건하고 차분하게 치러지리라 예상된다.

그래도 당선이 목표인 후보들은 열전 13일간 당선을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부을 것이다. 애도 분위기 탓으로 투표의 주인공인 유권자들의 냉소로 투표율이 저조할까 염려되는 필자의 노파심이 제발 기우이길 바란다.

아울러 나라에 이런 흉악한 일이 닥칠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지역일꾼 뽑는 투표에 빠짐없이 참여해 주권을 행사하는 용기와 예지를 우국적 결단으로 몰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제 넘는 제언일지 모르지만 훌륭한 인물이 선출되기 바라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우리가 선택할 적임 인물 기준 몇 가지를 정리해보겠다.

첫째는 ‘정치, 공직이란 모든 것을 공익을 위해 하는 天下爲公, 즉 국민과 소통을 위해서는 국민 속으로 내려가야 한다. 소통은 설법하거나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묻는 것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자로 문진(子路 問津)의 가르침대로 몸소 실천하는 일꾼, 주인을 잘 섬기는 충직한 머슴을 선택해야한다.

둘째는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전략과 상대의 허물로 이득을 챙기려는 야바위 정치를 구사하거나, 실천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는 단호히 낙선시켜야 한다. 선거 공약은 ‘지역주민을 우롱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주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사람이 공직선거에서 ‘일단 되고 보자’는 식으로 주민들에게 실천하지 못할 공약을 남발하면 이건 사기행위다.

유권자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내놓는 공약들이 과연 눈속임하는 공약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공약인지, 공직자로서 해야 할 입법 및 상임위원회 활동계획, 활동계획, 지역발전 마스터플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약 등을 철저히 분석해 보고 실천할 일꾼을 선택해야한다.

셋째는 주인 재산을 무서워하는 청렴결백한 머슴형 공직자를 선택해야 한다. 조선시대 허미수 선생의 ‘雪後盈尺問足物河, 毛可米不可留不送’ 16자를 함께 상기하고자 한다. “날씨도 차고 눈도 자(尺)가 넘도록 쌓인 이런 날, 이곳까지 찾아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웬 물건까지 들고 왔는가?, 나에게는 글 쓰는 붓은 필요해도 쌀은 필요 없으니 필요한 것만 두고 쌀은 가져가게.”

우리 조상들 가운데 청렴결백한 선비들은 얼어 죽거나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불로소득은 물론, 받아서는 아니 되는 것은 절대로 받지 않았던 가르침이다. 그러나 옛날보다 먹고 지내기가 좋아진 오늘날에는 받아먹은 액수가 클수록 그 사람이 대단한 위치에 있는 세상이 돼버렸다. ‘못 먹는 사람이 한심한 사람’이 돼버렸다.

90년대 후반 한보 정태수 회장으로부터 검은 돈 받은 정치인들 가운데 필자가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모 국회의원이 검찰에 출두하던 날, 차 안에서 필자는 그 분께 “다른 사람들처럼 거짓말하지 마세요. 요즘은 ‘돈 못 먹은 정치인이 병신 취급당하는 세태’이니 검찰청 포토라인 기자들과 담당 검사에게 솔직하게 받은 액수를 밝히세요” 했더니 이분이 그대로 시인한 결과 검사가 “듣던 대로 참 멋진 의원님이십니다”라고 하기에 “에이, 기업하는 사람 돈 먹고 들어왔는데 멋 있기는...”해 모두 웃었다는 일화가 있다.

지도층 인사들과 국민의 공복이 되겠다며 당선된 민선 벼슬들이 아무에게나 주는 대로 받아먹은 뒤, 탈이 되어 구치소 신세를 지고 나와서도 오히려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행세하는 세상이 됐으니 출마직 공직자들 가운데 비리로 도중하차한 숫자가 몇 명인지 여기 열거하기도 부끄럽다.

넷째는 주민인 주민들 소리, 주민 여론에 부응하고 반응하는 소신있는 일꾼, 소속 정당을 초월해 인물 위주로 적임자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몇 해 전, 강원도 횡성에서 농사일만 하다가 국회의원 2선을 역임한 박경수 의원이 3선에 도전하기 전 ‘농부 정직이 안 통하는 거짓이 싫어서, 거수기 노릇이 싫어서 정계 은퇴하고 농촌으로 돌아갔다’는 고백이 아직도 가슴을 두들긴다.

거수기 정치인, 당리당략에 의존하는 오락가락 정치인은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낙선시켜야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주인으로 알고, 주인 편에서 초당적인 소신 정치를 펼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한다.

마지막으로 함량 미달의 무책임한 폭로로 재미를 보려는 네거티브 선거를 자행하는 후보도 낙선시켜야 한다. 필자는 98년도 경기도지사 선거에 여당의 손학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참여했다가 민주당 임창렬 후보를 비난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에 실망해 도중에 지원업무를 그만둔 적이 있다.

4년 후 다시 손학규 후보를 지원하게 되어 경기도 전역에서 활동할 유세요원 전략회의에서 필자는 과거 손학규 후보 캠프의 네거티브전략을 강력히 성토한 후 시범 연설과 함께 특히 강조한 것은 다른 정당이나 상대후보를 절대로 비난하는 연설은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역으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민석 민주당 후보는 청계천 복원 등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에 대해 계속 반박하는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다.

필자는 98년도 임창렬 후보에게 패했던 손학규 후보,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던 김민석 후보, 바로 이들이 패배한 이유는 상대를 헐뜯는 네거티브 비난 선거전략 때문이라고 감히 단정하면서 선거전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필패의 지름길이니 내 것만 보여주고 내 상품만 선전하라, 자기 회사 제품만 자랑하고 선전하라, 주민들과 선거관리위원에게 신사 매너를 보여 주자고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