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 기능직공무원 길병군씨
복지시설에 6100만원 후원… 27년간 남몰래 선행
화제의 주인공은 구청 재난관리과에 근무하는 길병군씨(55·기능8급). 그는 “그냥 불우이웃들을 돕고 싶어서 했던 일인데…”라며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
길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소방관으로 일하던 지난 81년, 늘 봉사를 생각해오던 길씨는 강남구청 사회복지과의 연계로 마천동 청암요양원을 소개받고 비번 날을 이용, 환자 이송 및 장보기 등의 차량수송 봉사를 하게 됐다.
청암요양원에서 어머니 같은 할머니들을 보면서, 또 임마누엘재활원의 장애어린이를 보면서 그는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박봉을 쪼개 이들에게 매년 쌀과 부식 등 식료품을 지원하고, 다과회나 경로잔치를 열어주고 있다.
81년부터 시작된 그의 이웃사랑 행진은 2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너덜너덜 떨어진 조금만 수첩에는 81년 11월20일 쌀 20가마를 비롯 라면 10박스, 양말 50켤레, 식품, 제과, 차량수리 등의 봉사내역이 빽빽이 적혀 있다.
81년부터 2002년까지는 청암요양원과 루디아의 집·임마누엘재활원·신아재활원, 여주 소망의 집 등 복지시설에 식료품을 주로 후원했으나 2003년부턴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 시설을 돕고 있다. 27년간 몰래 후원한 물품을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6100여만원이나 된다.
길씨는 수락산 요양원으로 몸이 안 좋은 한 할머니를 업고 이송하던 중 등에 업힌 할머니가 했던 말을 결코 잊을 수 없단다. “젊은이, 내 죽어도 잊지 못할꺼야”라는 그 말 한마디가 그를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의 선행 가운데 특이할 것은 90년부터 2000년도까지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효도관광. 모두 10회에 걸쳐 여주 실륵사를 비롯 광릉 수목원, 수안보 온천, 용문산 등지로 불우한 노인을 모시고 양아들로서 바깥 구경을 시켜드렸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중단했지만 길씨는 그것이 못내 아쉽다고 한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그는 계속해서 그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단다.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핀 웃음꽃과 어깨춤을 보면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길씨는 생을 마치는 날까지 계속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