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

- 최불암씨 흡연 연기 나무란 육영수 여사

2007-10-06     이재갑 한나라당 환경노동정책위원

 

연기를 통해 우리 국민정서를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는 배우라서 '아버지 탤런트'로 존경받는 최불암씨가 얼마 전 40년 연기인생을 되돌아보는 ‘인생은 연극이고 인간은 배우’라는 에세이를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1972년 청와대에서 사건수사드라마 ‘수사반장’을 시청하던 육영수 여사가 자신에게 "드라마 한 편에 4대의 담배를 피우는데 국민이 따라하면 건강이 염려되니 조금 줄이면 어떻겠느냐"고 직접 전화를 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필자는 며칠 전 초대 국립 암센터 원장이며 금연운동가인 박재갑 서울의대 교수와 최씨의 에세이에 실렸다는 육 여사의 금연권고 일화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박 교수로부터 더욱 가슴 찡한 일화를 들었다. 65년 신년 벽두, 월남 파병문제로 고뇌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마침내 국회에서 파병동의가 이루어지자 걱정으로 밤새도록 피운 담배꽁초가 재떨이에 수북해 이를 비우던 영부인이 대통령의 건강을 몹시 걱정했었다는 일화였다.

우리 젊은이들을 이역만리 타국의 전장으로 보내면 필경 전사하는 장병들이 속출할 터인데... 대통령이 피운 담배꽁초가 재떨이를 넘쳤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명절 때 고향에 가지 못하고 기숙사에 남아있는 학생들을 청와대에 불러 떡국을 대접했다는 영부인이 흡연으로 인한 대통령의 건강만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방송의 흡연장면을 보고 국민의 건강을 염려했던 것이다.

육 여사가 타계한지 30여년이 지난 이제는 흡연문화도 많이 달라져, 버스 안에서 자유롭게 담배 피우던 그런 시대가 아니다. 공공건물과 사무실은 물론 앞으로는 버스정류장에서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며 공원과 해수욕장 등 관광지에서도 흡연이 금지되고 한다. 심지어 금연아파트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담배를 못 피우게 되는 날이 멀지 않게 됐다.

우리의 흡연문화가 이처럼 변화하기까지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당국의 노력도 주효했거니와 특히 애연가들로부터 원성을 들으면서까지 ‘흡연은 百害無益’이라고 금연운동을 전개한 분들의 공로가 컸다. 그들 가운데 국회의사당을 비롯 공공건물을 흡연금지구역으로 지정하라, 대통령 앞에서 담뱃세 인상 등 강력한 금연정책을 건의하면서 정책적으로 극성스럽고 끈질기게 금연운동을 전개한 박재갑 교수가 단연금연운동의 기수일 것이다. 

담배 한 개비에는 1991년 ‘낙동강 페놀 무단 방류사건’ 당시 낙동강 물 10리터에 들어 있었던 양의 페놀이 들어 있으며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것은 페놀에 오염된 낙동강 물 50컵을 벌컥벌컥 마시는 것과 같다. 또한 담배에는 독약으로 쓰이는 비소를 비롯해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벤젠·청산가리 등 69종의 발암성 물질과 4000여종의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어 흡연자는 암과 심장병·당뇨병 등 무려 5000여 가지의 질병에 노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많았던 위암과 간암은 점차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독 폐암만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전체 사망률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바로 흡연으로 인한 폐암사망의 증가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폐암의 원인이 바로 흡연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흡연인구는 줄지 않고 있는 반면 흡연·음주를 처음 시작하는 연령이 평균 초등학교 6학년으로 몇 년 전보다 크게 낮아지고 있다.

건강하게 자라서 꽃피워야할 청소년들이 어른들을 모방해 일찍부터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의 흡연·음주를 어른들이 방관해서는 안 된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기성세대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건강을 누가 지키겠는가. 학교와 학부모와 지자체 등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서 음주·흡연 청소년들과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이고 범국민적인 특별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