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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이전 VS 재건축'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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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이전 VS 재건축' 정면충돌
  • 윤세권 기자
  • 승인 2007.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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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이전/재건축관련 공개토론회
주민 “22년간 고통 참았다 이젠 이전해야”
유통인 “현대화 시급… 재건축 도와달라”

 

가락시장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할 지, 아니면 현 위치에 재건축해야 할 지를 놓고 지역주민과 시장 유통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22일 서초구 양재동 AT빌딩 중회의실에서 가락시장 이전/재건축 관련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가락시장관리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이날 공개토론회는 허길행 시장관리운영위원회 위원의 주제발표에 이어, 성진근 시장운영위원장 위원장의 사회로 출하자 측(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합천율곡조합)과 소비자 측(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CJ푸그시스템), 유통인 측(중도매인조합연합회·도매법인협회·임대상인연합회), 지역주민(훼밀리아파트 가락시장이전추진위원회), 지역 출신 시-구의원 등 12명이 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훼밀리아파트 주민과 가락시장 유통인들이 방청석을 대부분을 차지한 채 토론자가 자신 입장과 같은 발언을 하면 박수를, 다른 발언을 하면 야유를 보내는 등 어수선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5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외곽지역 이전=  20여년 동안 가락시장으로 인해 교통과 환경 등 피해를 입었던 문정동 주민 대표와 이 지역 출신 시·구의원은 그동안의 고통을 설명하고 무조건 이전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황순천 훼밀리아파트 가락시장이전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가락시장은 송파구 한 복판에 위치해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있고, 악취와 소음 등 공해로 주민들에게 주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도심 부적격시설이므로 무조건 외곽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농수산물공사가 주민들의 이전 요구를 무시한 채 시장관리위원회를 구성,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하고 있는데 이는 재건축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를 밟는 것으로 이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정광 송파구의원은 “송파 신도시가 건설되고, 신도시 인근인 장지동 택지개발·문정동 법조단지 조성 등이 모두 완료되면 중심교통축인 송파대로는 그야말로 지옥이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가락시장을 8년 또는 11년에 걸쳐 재건축한다면 공사차량과 물류차량으로 인해 송파 전역이 교통 마비될 것이므로 재건축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생산자와 소비자·유통인 모두 이익이 되는 방안은 이전”이라며 “가락시장과 환경이 비슷한 일본 츠끼즈시장도 재건축하려다 이전으로 방향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세용 가락시장이전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한 허길행 위원이 한국경제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 “서울시가 8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5년전 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했을 때 이전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16만4000여평에 재건축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교통 및 환경문제가 발생한다”며 “가락시장 부지를 매각할 경우 인근지역에 50만평에 이르는 초현대식 건물을 짓고도 돈이 남는다”고 주장하며 이전을 강력히 요구했다.

강감창 서울시의원은 “유통단지 지정권은 건설교통부장관이 갖고 있지만 100만㎡(33만여평) 이하는 서울시장이 지정할 수 있다”며 인근 자치구 그린벨트 지역으로의 이전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가락시장을 빼고 나면 송파구 상업지역은 서울 25개 평균의 절반도 안된다”며 “지역발전의 저해요인인 가락시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락시장 이전/재건축 관련 주민공청회에는 출하자·소비자·유통인 측, 지역주민, 지역 출신 시-구의원 등 12명이 토론자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재건축(현대화) 추진=  지역 주민과 정치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대체부지가 없다는 현실적 문제와 함께 가락시장만한 적지가 없어 재건축을 추진하든지, 아니면 리모델링이라도 해서 도매시장의 기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철 CJ푸드시스템 부장은 “대기업의 입장에선 산지에서 직접 구입하고 서울 인근에 물류센터를 설치해 가락시장 의존도가 떨어지지만, 현재 장소가 협소하고 노후화된 문제점이 있다”며 “이전이든, 재건축이든 시설을 현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문철 합천율곡농협 조합장은 “가락시장 시세가 전국 농산물의 가격을 좌우하는 만큼 농민들이 시세가 잘 나오는 가락시장에 납품하려는 것은 당연하다”며 “산지의 신선한 농산물이 시설 노후화로 부패되는 상황이어서 생산자 입장에선 하루빨리 현대적 유통시설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여부는 정부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하남·성남 밑으로 내려가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용근 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장은 “10년 전에도 시장 이전문제 제기됐으나 대체부지를 찾지 못해 유야무야 됐다”며 “이전의 전제조건인 대체부지가 확정되지 않았고, 대체부지가 있다 하더라도 생산자와 소비자·상인 등 시장주체들이 모두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부지로 선정된 지역주민들은 가락시장 오는 것을 환영하겠는갚라며 탁상공론으로 시간만 허비하는 일을 하지 말자고 말했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장은 “회원들이 시설 노후화와 교통체증 문제를 많이 얘기한다”며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면 이전해도 무방하다. 소매인의 의견도 수렴해 합리적 방안을 도출해 달라”고 말했다.

이광형 산지유통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중간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전해 초현대식 건물로 짓는 게 좋다고 생각되지만 실현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 부지 확정도 없이 이전 논의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유통주체간 합의가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백수 임대상인연합회 회장은 “가락시장이 들어설 때 주변은 허허벌판이었고 나중에 아파트 등이 건립됐는데, 늦게 들어온 주민들이 먼저 있던 사람에게 나가라 할 수 있느냐”고 묻고, “가락시장이 재건축 되면 악취 등 환경공해가 사라져 아파트 값도 더 올라갈 것”이라며 재건축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주우재 도매시장법인협회 서울지회장은 “가락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활성화됐기 때문으로, 이전이든 재건축이든 하루빨리 현대화 시설을 갖춰 도매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위원회에서 몇 군데를 이전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는데 과연 가능성이 있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이 안되면 리모델링이라도 즉각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양창호 서울시의원은 “시의회에서도 가락시장 이전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전은 소수의견”이라고 전하고, “주민들이 아무리 이전을 요구하더라도 가락시장을 받아 줄 곳이 없으면 갈 곳이 없지 않느냐”며 “이전이든 재건축이든, 국비 및 시비가 들어가므로 서울시민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 문정동 훼밀리아파트 주민들이 22일 양재동 AT빌딩에서 열린 가락시장 이전/재건축 관련 주민공청회장에 참석,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르고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주제발표=  허길행 위원은 ‘가락시장 이전/재건축 비교평가 및 정책제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가락시장관리운영위원회는 서울 3개소·경기 6개소에 대한 입지여건와 지차제 협조 등 이전후보지 조사를 통해 현재 2개 지역을 이전후보 검토 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가락시장과 직선거리로 5㎞에 위치한 A지역(그린벨트)은 외곽순환도로의 접근성이 높고 가용면적도 45만평에 달하는 한편 지차제의 호응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B지역(그린벨트, 직선거리 2.5㎞-면적 35만평)은 지자체의 호응도가 낮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할 경우 소요 사업비는 2조7000억에서 3조원 정도. 재원은 가락시장 매각대금 활용에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예산 지원, 민간자본 유치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이전시 적정부지 확보와 그린벨트문제 해소·이전대상 지역주민들의 수용 의사·입주상인 이전 가능성·재원조달 및 개설자 지위 확보 등이 선결과제로 지적됐다.

허 위원은 또한 재건축 시 제기됐던 11년간의 장기간 공사문제는 임시 주차시설 건립 및 시장 외부 대체매장 확보·동시공사 추진 등을 통해 최대 3년 이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기간 중 교통·환경대책 및 영업 피해 최소화, 대체매장 확보, 적정 사업재원 확보, 지역주민 및 이해관계자 공감대 조성 등이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고 전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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