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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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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를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
  • 홍재성 송파구상공회장
  • 승인 2007.05.2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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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구청장들의 남미 연수 논란과 관련해

 

▲ 홍재성 대한상의 송파구상공회장
요즘 세계 증권시장에서 소위 뜨고 있는 브릭스(BRICs) 국가중 하나인 브라질은 러시아·인도·중국과 더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구 27억명의 거대시장이라는 점에서 브릭스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이 당연히 많아졌고, 이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열기 또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공기업 감사에 이어 7명의 서울시 구청장들이 줄줄이 남미순방에 나섰다 해서 언론의 몰매를 맞았다. 심지어 교육청 관계자들과 국가혁신위 관계자들의 외유가 취소되는 등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이른바 ‘신이 내린 직장’에서 ‘국민의 혈세’를 ‘외유성 출장’으로 낭비했다는 이유로 공기업 감사들과 서울시 구청장들을 싸잡아 비난한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남미일까?’라는 의문조차 갖지 않은 채 말이다.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자치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구청장이야말로 최고의 세일즈맨이다. 

전 세계 면적의 약 15%를 차지하는 중남미 대륙은 식량·에너지·지하자원과 문화유산의 보고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처지는 나라가 많고 수출액도 그리 크지 않지만, 미국과 중국·일본은 일찌감치 남미의 잠재력을 보고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올해를 ‘중남미와 연대의 해’로 선언하고 지난 5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우루과이 등 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섰을 정도다. 장래의 에너지 자원과 국가 간 유대라는 자산 때문이다.

더구나 2003년을 전후로 남미는 새롭게 떠오르는 투자지역이다. 그간의 정치적 불안과 살인적 인플레, 저성장 등에서 깨어나 성장궤도로 진입하고 있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새로운 투자 대안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지역 거시경제는 안전을 찾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3% 수준으로 중산층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중남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하나의 ‘붐’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남미국가들은 80년대의 ‘잃어버린 10년’과 90년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최근 정칟경제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90년대 후반, 양쪽의 경제위기로 감소했던 한-남미 교역량도 2003년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수출 인큐베이터 운영을 통한 중소기업의 진출 확대를 지원하는 등 급성장하는 남미지역에 대해 진출가능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일찌감치 ‘글로벌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야심 아래 남미 진출을 꾀하고 있다.

한-아르헨티나, 한-브라질 자원협력약정 체결 등 정부간 자원협력 기반을 구축하고, 포스코의 철광석 구매계약과 LG-니코의 동광석 도입 MOU, SK의 유전개발 LOI 체결 등 남미의 풍부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전 공동개발 및 자원·에너지 분야의 기술협력을 확대키로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도 브라질과 멕시코에 완성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남미’는 우리 기업인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세계일주 관련 인터넷카페인 원월드트레블메이커가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에 따르면, 꼭 여행하고 싶은 대륙(여행지)으로 ‘중·남미 라틴아메리카’(46%)를 꼽았다고 한다. 또한 미국의 「타임」「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물론이고 유엔 산하기구의 보도 및 연구자료 속에서 ‘꿈의 도시’ ‘희망의 도시’ ‘존경의 수도’ 등으로 불리는 브라질 꾸리찌바 시에 대한 책이 2001년 출간된 후 국내 주요 일간지들이 특집기사로, 방송사 역시 뉴스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꾸리찌바를 상세히 소개한 바 있다.

이 덕분에 자치단체장을 비롯 고위직 공무원·언론인·전문갇시민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해외연수팀들이 봇물을 이루듯 남미를 다녀갔다.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라는 리오데자네이루와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문화유산 1호로 지정한 이과수폭포는 물론 남아메리카 대륙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자연림 중 하나인 아마존을 비롯 아직까지 인류에게 남아있는 자연의 보고로서 그 가치가 높은 것이다. 더구나 잉카·마야 문명으로 널리 알려진 아메리카의 신비로운 고대 문명과 미지의 처녀 자연림으로 울창한 정글지대가 전 세계의 여행자를 매료시키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조차 외유가 잦으면 질타가 쏟아진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라 안에 앉아서 세계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사실 민선 구청장들이 개인 돈이 없거나 아까워서 주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외유에 나섰겠는가. 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출장비 전액을 돌려받겠다는 보도를 봤다. 이 때문에 나는 해외부문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면을 통해 제안한다. 가능하다면 수출 무역업계 차원에서라도 이번 구청장들의 출장 중 일부라도 지원했으면 한다. 대가성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로 개척과 실효성 있는 자매도시 탐색을 위해 발로 뛴 단체장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남미에서 배울 게 없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한국을 앞섰고, 전미 대륙 34개 나라 가운데 국민연금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가 칠레다. 1924년 미국보다도 11년이나 앞섰다. ‘국가 브랜드 넘버 원’으로 통하는 칠레는 20년간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민주화 이후 정치 안정까지 ‘모범’이라는 평을 받는다. 더구나 세무공무원이든 경찰이든 적어도 하급 공무원들의 청렴만큼은 틀림없는 나라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을 제치고 전 세계 2위 갑부로 등극한 사람은 남미의 최대 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헬루 카르소그룹과 금융그룹 인부르사 회장이다. 더구나 영어와 스페인어가 동시에 가능한 인력이 풍부해 글로벌 기업들의 새로운 콜센터 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데도 남미에 무엇을 배우러 갔냐고 반문할 텐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은 남미를 ‘국정운영의 실패사례 교과서’쯤으로  폄하하는 섣부른 자존심이다.
 
우리 모두 이제는 좀 더 글로벌 한 시각에서 공직자들에게 기업인의 뒤를 이어 세계시장을 향해 우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역동성을 주문하기는커녕 무작정 비난만 하는 자세는 지양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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