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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우리의 말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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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우리의 말본새
  • 최병요 칼럼니스트
  • 승인 2011.06.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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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요 칼럼니스트

 

오늘날 가장 빠르게 변하면서 급속하게 번지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우리의 잘못된 말본새다. 어원이 불분명한 네티즌 언어는 일부 계층의 일시적인 현상이라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정작 걱정되는 것은 보통사람이 사용하는 기본 말본새다.

첫째는 주로 서비스업종의 젊은 층이 사용하는 높임말의 오남용이다. ‘수수료가 나오세요.’ ‘이 구두는 볼이 넓으세요.’ ‘날이 무척 더우세요.’ ‘저기 보이는 산이 남산이세요.’ 등의 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국어 교과서를 웬만큼만 익혔어도 틀릴 수 없는 표현법이다. 가정의 어른이나 직장의 상사가 조금만 신경을 써도 교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둘째는 ‘틀리다’와 ‘다르다’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말버릇이다. ‘이 배추는 저 배추와 틀려서 가격이 조금 비싸다,’ ‘내 생각은 너와 틀리다.’ ‘요즘 날씨는 예전과 틀려서 종잡을 수 없다.’ 등이다. 나와 차이가 있는 남의 생각이나 상태, 행동은 무조건 틀린 것이라고 단정하는 의식구조다. 차이를 차별과 동일시하는 풍조가 빚어낸 결과다.

셋째는 외래어 식 표현이다. ‘200년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은…’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것은…’ ‘이 멸치는 유월에만 잡혀진다고 하는데요.’ 등으로 보통 주어를 생략하는 우리말의 특징을 몰라서 저지르는 일탈이다. 라틴계통의 말은 반드시 주어가 등장해야 뜻이 통한다. ‘너 잘 있느냐?’이다. 그러나 우리말은 대부분 주어를 생략한다. ‘잘 있느냐.’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쓰는 편지의 서두에 ‘너 잘 있느냐?’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200년 전에 지은 이 건물은…’ ‘이 멸치는 유월에만 잡힌다고 하는데요.’라고 뚜렷한 주어가 없어도 말은 잘 통한다. 이것이 우리말의 특징이고 기본이다. ‘생각되어지는 것은…’이라는 말은 없다. ‘생각하는 것은…’이다. 강단의 선생님과 방송의 앵커, 리포터가 주범이 되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넷째는 ‘들’이라는 복수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요즘 학생들’ ‘우리 가족들’ ‘각종 사회단체들’ ‘철없는 사람들’ 같은 예다. 다시 말해 우리말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수와 복수의 개념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나’와 ‘우리’를 그다지 구별하지 않고 혼용한다. ‘나의 가정’을 ‘우리 가정’, ‘나의 직장’을 ‘우리의 직장’이라고 말한다. 틀린 표현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 가족, 사람 등 집합명사에 ‘들’이라는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를 붙이는 것은 전혀 틀리는 어법이다. ‘나의 가족들’이라면 아버지는 한 분인데 여러 집에 어머니를 두었을 때 사용하는 어법이다. ‘학생’이라고 하면 그 숫자가 백 명이든 천명이든 다 아우르는 단어다. 굳이 개개인의 학생을 쪼개서 셈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표현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답시고 우쭐대다 범하는 일인 것 같다. 그러나 영어에도 Pupil이나 People은 복수형으로 만들어 쓰지 않는 것을 모르는 소치다.

걷잡을 수 없이 무질서하게 번지는, 무식하고도 불량한 말투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멀지않은 가까운 장래에 우리말은 이렇게 변해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가 결혼하게 되어지면 다른 예식장들과 틀린 방법으로 손님들을 접대하고 청첩장에 쓰여진 대로 부모님들을 모시고 행복하게 살게 되어질 거예요. 새로 지어진 집에서 넓으신 정원을 가꾸면서요. 한강이 보여지면 더 좋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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