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최종편집2024-03-29 00:56 (금) 기사제보 광고문의
철새정치인보다 나쁜 전략 공천
상태바
철새정치인보다 나쁜 전략 공천
  • 이재갑 전 국회 정책연구위원
  • 승인 2010.03.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재갑 전 국회 정책연구위원
필자가 태어난 충남 서천군 금강 하구일대에는 겨울철새 관람을 위한 조망대를 비롯 철새 전시관·애니메이션 상영관·체험전시실 등이 갖춰진 조류생태전시관이 있어 늦가을이면 수만 마리 철새들의 군무를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철따라 먹이를 찾아, 계절 따라 살 곳을 찾아 옮겨 다니는 새를 우리는 철새라 부른다. 그러나 철새들만 먹이를 찾아 옮겨 다니는 것이 아니라, 민선 공직자가 되겠다는 정치인 가운데 선거 때가 되면 이당 저당 기웃거리며 당적을 옮겨 다니는 정치인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점잖게 철새정치인이라 부른다.

철새 정치인은 정치에서 정강과 신념보다 당장의 이익과 권력을 쫓아 쉽게 당적을 바꾼다. 주로 야당으로 활동하다가 집권당으로 당적을 옮기거나, 선거기간 집권이 유력한 정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민의보다는 권력욕에 이끌려 정치를 한다는 점을 비판하는 이유일 것이다.

6월2일 실시되는 제5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철새정치인들을 생각하게 된다. 오랜 병폐로 지적돼온 잦은 당적 변경의 정치가 다시 살아날까 걱정된다. 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쉽게 바꾸는 철새 정치인들의 날갯짓이 어수선할 것은 불을 보듯 하기 때문이다.  ‘실패자는 될지언정 변절자는 되지 말자’는 일편단심형 정치인과 ‘우물을 파다 물이 안 나오면 다른 곳으로 옮겨서 파자’는 실용주의자가 뒤엉켜 선택의 기준을 혼란케 할 것이 뻔하다.

선거철에 여야 정당에 철새정치인들이 날아드는 것은 먹을 것을 찾아오는 철새나 다름없다. 어느 정치인은 ‘철새 정치는 여야 모두의 문제이지만 원칙 없는 영입을 추진하는 것은 독이 된다’고 경고한다. 정치철새인보다 더 악랄한 것은 지역주민과 지역 정치꿈나무들의 자존심을 꺾는 전략공천이다.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인물을, 지역주민들이 알지도 못하는 얼굴을, 아무나 공천해도 지역주민들이 당선시킬 테니까…, 선거에서 명분과 원칙을 무기로 삼아야 함에도 상식을 무시하는 행태가 언제까지 이어질는지 뒷맛이 씁쓸하다. 가장 맛있는 것은 맑은 물맛이요, 가장 위대한 것은 상식이란 말이 있다. 선거 전략에 대한 반성과 수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에 둥지를 틀고 오랫동안 주민들과 고락을 나누며 무엇이 우리 후손에게 필요한가? 더불어 사는 이웃에게 무엇을 도와줄까? 노심초사 고뇌하며 살아온 인물을 선택해 내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인물이 많다고 하면 경쟁하는 잔치를 벌려야 한다. 경선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 모두 승복해야 한다. 국민은 이런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당은 그들이 국민을 무시하기 전에 국민이 먼저 그 정당을 버릴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