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최종편집2024-04-23 15:56 (화) 기사제보 광고문의
아쉬운 선덕여왕 종영
상태바
아쉬운 선덕여왕 종영
  • 김병연 시인 · 수필가
  • 승인 2009.1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연 시인 · 수필가
비담이 검붉은 피를 내뿜으며 쓰러진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여왕을 향한 자신의 진심이 변하지 않았음을 전하려 한다. 여왕의 눈에도 눈물이 흐른다. 자신을 연모했던 한 남자의 최후를 지켜보는 여왕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여왕으로서 위엄을 잃지 않는다.

선덕여왕의 인기가 대단했다. 시청률 40%라는 열풍에 힘입어 경주의 선덕여왕릉에도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한다. 초반 미실과의 대립, 비담의 연모와 정치적 긴장 관계 등을 배치한 작가의 상상력이 드라마 열풍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선덕여왕을 사랑했던 비담의 꿈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상대등이라는 최고의 관직에 올랐지만, 자신의 핏속에 들끓고 있던 정치적 야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파멸을 자초한 남자이다.

덕만이라는 한 여인과 여생을 보내고자 했던 비담의 바람은 정치적 풍랑 속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는 음모와 배신만이 남아있었다. 선덕여왕과의 약속을 지켰더라면 덕만과 오순도순 살고자 했던 비담의 소박한 꿈은 이뤄졌을까? 부질없는 상상이 안타까움을 불러온다.

역사 드라마의 주인공은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상이다. 왜 선덕여왕이 지금 이 시대에 다시 주목받는가. 덕만은 삼국통일의 초석을 놓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선덕여왕의 정치력을 이 시대가 원하기 때문은 아닐까.

정적이었던 미실의 세력마저 품고 가고자했던 선덕여왕의 처신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신국의 대업을 위해 반대세력마저 신뢰로써 포용한 선덕여왕이다. 김춘추와 김유신이 비담의 제거를 주장했지만, 덕만은 비담을 믿음으로 대하지 않았던가. 신뢰를 상실한 정치는 끝내 파멸을 초래한다는 것을 선덕여왕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게다.

자고로 권력에 대한 욕망은 상식을 초월한다. 자신의 주군을 배신하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비담 역시 염종의 계략에 넘어가 선덕여왕을 배신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 왕의 자리가 탐나 정치적 반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비록 7개월간의 짧은 방영이었지만 선덕여왕은 잊을 수 없는 드라마였다. 나는 선덕여왕을 유난히 즐겨봤다. 비록 드라마를 보는 순간이나마 사내로서 덕만의 미모와 맘씨에 반해 비담 못지않게 덕만을 연모했고, 그 연모로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집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질투하겠지만…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