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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광 송파구의원, 시인으로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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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광 송파구의원, 시인으로 데뷔
  • 윤세권 기자
  • 승인 2009.03.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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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바탕’ 신인문학상 시부문에 ‘막장’ 등 3편 당선

 

▲ 이정광 송파구의원
이정광 송파구의원(삼전·가락1·문정2동)이 월간 ‘문학바탕’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 의원은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막장’ ‘전기다리미 식빵’ ‘회색’ 등 3편의 시가 당선작으로 선정돼, 중학생 시절 책방에서 김소월 시집 ‘못잊어’를 한 편씩 외워 집에 가서 옮겨 적으며 한 권을 메모하며 꿈꿨던 시인이 됐다.

심사위원인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시인)는 심사평을 통해 “이정광의 작품에서 가장 뚜렷한 현상은 상상력과 직관”이라며 “그의 시는 고정관념과 제도적 타성을 벗어나 언어에 새로운 생명력과 의미를 부여하는데 성공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이 의원은 “그냥 시가 좋아 중학교 다닐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며 “본격적으로 의정활동을 하면서 주민들의 고달픔과 애환을 시로 승화시켜보려 노력했다”고 말하고, “그동안 쓴 100여편을 습작과 몇 편을 시를 써 내년에 처녀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막     장

다섯 명은 23년째 한 여주인 밑에서
충성을 다하는 광부다
오늘도 우린 얇은 나일론 벽지를 바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애기오줌 같은 퀴퀴한 공기를 폐 속에 담으며
수직 갱도를 내려왔다

우리와 함께 커온, 막장
생긴 꼴 사람 발자국 같고
형제 우애로 주인을 떠받들며
어둡고 깊은 바닥에서 비에 젖는 광부다

점심시간
식당 온 우린 살 것만 같아 애기 오줌 밴 몸을 털며
잠시 눕기도 하지만
시간 훌쩍 우린 지독한 어른 오줌 지린내 꽉 찬
막장으로 다시 내려왔다

높은 습도 무좀 병 놀기에 딱 좋은 발자국
땀에 절은 발 각질 물러나
세균들 식사 좋아 미쳐 난리지만
우리는 점점 힘든 오후로 간다

큰형 허리 뼈 불거진 고통 더욱 호소
막내 사타구니 피도 닦곤 한데
얼굴 꼴 모두 급한 화장실 줄 선 놈들
지금으로 오며 쏟아 분 땀 절인 파김치
알 수 없는 오늘 퇴근 잔혹사에 묻혀있다

낮도 이곳은 밤이고 밤도 밤인 밤
탄광 전 땅 덩어리가 심하게 요동친다
조명판 춤곡 광란의 디스코텍
우리 다섯 명은 갇히고
진땀은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을 물고 있다

먹을 물도 빛도 어둠도 없는 막장
요동쳐온 막장은 잠시 기우뚱 주춤하더니
막장에서 무 뽑히듯 뽑혀 발가벗겨 누운 우리 몸뚱어리
꿀물로 흐르는 조명빛살 젖은 몸을 데우고
오렌지색 광란 진노랑 꽃잎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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