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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에 ‘이건희 컬렉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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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에 ‘이건희 컬렉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 노식래 서울시의원
  • 승인 2021.06.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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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식래 서울시의원
노식래 서울시의원

2014년 3월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개관전으로 간송미술관 특별전을 개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국보 12점이 76년 만에 간송미술관 외부에 전시됐고, 국민들은 열광했다.

DDP 개관전이었지만 ‘건축계의 여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은 뒷전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계획을 수립하고, 고 박원순 시장이 이어받아 6년간 4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서울시의 야심찬 복합문화시설은 ‘훈민정음 해례본’에 완전히 묻혀 버렸다.

심지어 서울시는 개관전을 준비하면서 간송미술관으로부터 전시품이 훼손되면 DDP를 팔아도 보상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40조원으로 추정한다고 하니, 예술품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최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기증한 유물과 미술품으로 인해 무가지보(無價之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보관·전시할 미술관 유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인구 35만의 소도시가 연간 100만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변모한 ‘빌바오 효과’가 유치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문화예술의 힘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노력은 지자체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과열경쟁이 자칫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스럽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주장이라는 미술계의 비판 또한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국립 현대미술관의 연간 작품 구입 예산이 50억원대에 불과한 현실에서 감정가 3조원, 시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건희 유물과 미술품의 가치는 떨치기 어려운 유혹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유물과 미술품의 소유권 문제가 아니다. 기증자가 도자·서화·전적(서적) 등 고미술과 유물 2만1693점은 국립 중앙박물관에, 유화·조각·공예 등 미술품 1488점은 국립 현대미술관에 나눠 기증했다. 이를 한 장소에 보관·전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기증자의 뜻에도 반한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기증품을 제작 연대와 장르·형태를 세분화해 각각의 특성에 맞게 체계적으로 소장·관리할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유물과 미술품은 전시실에 있는 시간보다 수장고에 있는 시간이 훨씬 길다.

소장·관리 계획 수립 후 국립 중앙박물관과 13개 분관, 4개 국립 현대미술관, 그 외 지방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해야 한다. 강서구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인왕제색도 특별전, 제주도 이중섭미술관에서 이중섭 특별전, 종로구 환기미술관에서 김환기 특별전을 해야 한다. 특정 지자체가 독점 권리를 주장할 일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술품 사상 최고가인 4억5000만 달러에 낙찰됐다. 그런데 루브르 박물관이 다빈치 서거 500주년 특별전을 열면서 대여·전시하려 했으나 무산됐다고 한다. 지방공립 미술관·박물관은 루브루 박물관처럼 스토리텔링이 있는 기획을 해야 하고, 국립 미술관·박물관은 살바토르 문디 대여 무산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미술계에서 주장하는 국립 근대미술관 건립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용산공원 내 한미연합사나 근대건축 양식의 존치 건물을 활용하면 된다. 근대 기차역을 개조한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이나 옛 서울역사를 복원한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서울 284’처럼 명물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부족한 수장고를 확보하기 위해 국립 중앙박물관과 조화를 이루는 수장고 신축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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