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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 주민센터 원어민 강사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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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 주민센터 원어민 강사 됐네
  • 최현자 기자
  • 승인 2008.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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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다문화가정여성 원어민 강사 육성 일환 지원

 

“커서 뭐 되고 싶어요?  배구선수?  음~ 몰라…, 선생님이 한국말 잘 못해요! 그러니까 영어로 말해요! Do you want to be grow up ?”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판초 리메디오스 아카윌리씨(36·가락동)가 잠실4동주민센터의 원어민영어교실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필리핀에서 10년간의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리메디오스씨는 매주 화·목요일 2차례에 남편나라 한국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송파구가 추진하는 다문화가정여성 원어민 강사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 최초 주민센터 원어민강사가 된 주인공은 리메디오스씨와 필리핀인 하이즐 록산 로렌조씨(35), 그리고 일본인 요꼬야마 미카씨(40) 등 3명.

아직은 한국어가 서툰 리메디오스 씨와 달리 결혼 10년이 훌쩍 넘은 대선배 록산씨와 미카씨는 유창한 한국말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성인반 수업에서는 시집살이의 애환도 나누고 아줌마 특유의 수다도 떨면서 인기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다문화가정의 희망이다. 여느 한국 주부들과 마찬가지로 빠듯한 살림,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물설고,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은 한국 땅에서 취업을 원하는 다문화가정여성의 희망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는 돈도 벌고, 선생님 대접도 받게 되니 동료 다문화가정여성들은 물론 이웃 한국주부들의 부러움까지 한 몸에 받는 등 대접이 달라졌다.

8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 베이비시터로 일하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갔던 아픔이 있는 록산 씨는 더욱 각별하다. 9살·4살 남매의 엄마인 록산 씨는 억척주부답게 유창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인근 학원·어린이집 교사와 개인과외 등 다앙한 경력의 소유자. 그러나 ‘관’에서 정식 교사가 됐으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단다.

그러나 미국이나 캐나다 계열을 선호하는 분위기를 아는 탓에 조심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다. “혹시나 동남아 계열이라고 돌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는 록산 씨는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다부진 결심을 덧붙였다. 

초등학생 3남매를 둔 결혼 12년차의 미카씨도 마찬가지. “주택에 살다 최근 은행융자를 얻어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니 좋다”고 말하는 그는 “무엇보다 평생 맞벌이를 하셨던 친정 엄마가 시집만 가는 줄 알았더니 그런 일도 하냐며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셔 가장 기뻤다”며 “열심히 해서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적인 강의 덕분에 결혼이민자 원어민강사는 불과 한 달 만에 잠실4동주민센터 최고의 강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구나 3개월에 1만5000원에 불과한 저렴한 수강료도 한 몫을 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단위로 진행되는 강의지만 추가 접수문의가 계속 쇄도하고 있다고 주민센터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송파구는 이들 외에 필리핀과 일본·중국·미얀마·몽골 등 다문화가정여성 12명을 선발해 교수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끝나면 이들을 영어와 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등 강좌를 개설한 자치센터에 원어민강사로 파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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