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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회로 감염 ‘요코가와 흡충’… 친해지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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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회로 감염 ‘요코가와 흡충’… 친해지면 친구
  • 송파타임즈
  • 승인 2021.01.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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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생충학자 요코가와에 의해 발견되고, 한국건강관리협회 채종일 회장에 의해 활발히 연구되어온 요코가와흡충. 한국을 포함한 대만·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분포하며, 은어회를 섭취하면 감염되는 요코가와 흡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 분포

기생충학 조교를 하던 시절,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샘플 의뢰가 왔다. 환자는 20대 남자였고, 배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대변검사를 시행했는데, 현미경을 보니 요코가와 흡충(Metagonimus yokogawai)의 알이 잔뜩 있었다. 그 환자의 복통은 요코가와 흡충 탓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결과를 보고 조금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가 좀 아플 수야 있겠지만, 요코가와 흡충이 응급실에 입원할 정도까지 사람을 아프게 할까?’ 요코가와 흡충은 일본의 기생충학자인 요코가와 선생에 의해 최초로 발견됐다. 요코가와는 은어의 근육에서 정체모를 유충을 발견했고, 이를 개한테 먹인다. 열흘이 지났을 때 그 개의 대변에서 기생충의 알이 발견됐는데, 이는 감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뜻, 40일이 지난 뒤 요코가와 선생은 그 개를 죽이고 장에서 요코가와 흡충의 성충을 발견한다.

이 기생충의 이름이 요코가와 흡충이 된 건 이 때문이다. 그 후 인체 감염이 다수 발견되면서 요코가와 흡충은 수백 종 가량이 포함된 소위 ‘장흡충’(장에 사는 디스토마라는 뜻)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기생충이 됐다.

요코가와 흡충은 대만과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분포한다. 한국에도 물론 존재한다. 은어회를 먹고 감염되는데, 그러다보니 은어가 있는 지역에는 이 기생충에 의한 인체 감염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섬진강 유역이 최고의 유행지로, 1981년 요코가와 흡충의 전국 감염률이 4.8%였던 반면, 경남 하동을 비롯한 섬진강 유역에서는 이 기생충의 감염률이 20%에 달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 다수는 이 기생충을 평생 가지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20대 남성이 배가 아파 응급실을 갈 정도라면, 지역 주민들은 늘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겠네? 증상은 복통과 설사고, 증상의 정도는 얼마나 많은 수가 감염됐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하지만 이 기생충이 다수 있다고 늘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늘 이 기생충에 감염되는 주민들은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요코가와 흡충에 감염된 주민에게 약을 먹이고 설사를 시켜 몸 안에 있는 기생충을 꺼냈더니, 무려 6만3587마리가 나왔다. 당장 응급실에 가봐야 할 것 같지만, 그가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소화가 좀 안될 때도 있고, 배가 아플 때도 있긴 했는데...”

원래 기생충에게 면역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워낙 덩치가 크다보니 면역세포가 상대하는 게 불가능한 탓인데, 어릴 적부터 요코가와 흡충을 몸에 지니고 살았다면 몸이 적응해서 다수의 기생충이 있다 해도 몸이 별로 반응하지 않을 수는 있겠다. 반면 위에서 말한 20대 남성처럼 어쩌다 은어회를 먹는 경우엔 몇 십 마리 정도로도 응급실에 갈 만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운 건협 채종일 회장

발견된 것은 일본이지만, 이 기생충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이뤄졌다. 서울의대 기생충학과는 이 연구의 본산이라고 할 만한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은 건협 회장이신 채종일 교수님이다. 조교 시절부터 요코가와 흡충의 병리를 연구한 것을 시작으로 교수가 된 뒤에도 수백 편의 논문을 쓰셨는데, 전국의 해안가를 돌면서 요코가와 흡충의 분포를 연구하고 인체 감염 사례들을 발견한 것도 채 교수님의 공이다.

하지만 가장 큰 공로는 요코가와 흡충의 종을 확립했다는 데 있다. 연구를 하다보면 기존 학설과 배치되는 발견을 할 때가 있는데, 채 교수님이 바로 그 경우였다. 요코가와 흡충의 알은 크기가 30 마이크로미터가 조금 안될 정도로 작다. 그런데 형태는 분명 요코가와 흡충이지만 알이 36마이크로미터에 달하는 이단아가 발견된다. 기생충에서 알의 크기는 종 감별을 하는 중요한 단서로, 크기가 20% 정도 커졌다면 다른 종이라 의심하는 게 맞다.

그래서 성충을 찾아내 기존의 요코가와 흡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관찰했더니 고환과 자궁의 위치가 좀 달랐다. 이럴 때 시도하는 게 DNA 테스트, 이 방법을 통해 새로운 요코가와 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중간 숙주도 은어가 아닌 붕어였으니, 종을 새로 독립시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 학자들의 반발이 문제였다. 요코가와 흡충을 발견한 분은 돌아가셨지만, ‘요코가와’라는 성을 쓰는 아들 역시 기생충학에 혁혁한 명성을 쌓은 분, 당연한 얘기지만 아버지가 발견한 기생충이 나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일본에서도 다른 요코가와 종의 존재를 찾아낸 이가 있었지만 논문으로 발표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구애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채 교수님은 피라미에서 발견된 또 다른 요코가와 종까지 포함해서, ‘요코가와라는 기생충에는 모두 세 종이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 뒤 아들 요코가와 선생이 돌아가시는 바람에, 일본에서도 채 교수님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어졌다.

지금도 남해안과 동해안의 은어에는 요코가와 흡충이 있을 것이다. 2012년 전 국민 감염률도 0.3%였던 건, 해안가 주민들이 여전히 은어를 회로 먹고 있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들고 난 뒤 깨달은 게 있다면 맛있는 게 있다면 그로 인해 약간의 고통을 겪더라도 먹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게다가 요코가와 흡충은 약에 아주 잘 들어, 디스토시드 한 알만 먹으면 바로 치료가 되지 않은가. 언젠가는 한번 은어회를 먹어보리라. 기생충이 몸에 그렇게 해롭지 않다고 떠들고 다니면서, 요코가와 흡충에 한번 걸려보지 않았다면 너무 위선적이니까.

자료: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1년 1월호 발췌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한편 메디체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는 건강검진과 건강증진에 특화된 의료기관으로 연령별·질환별 특화검진 및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또 예방접종과 올바른 건강 정보 제공으로 질병예방과 건강생활 실천을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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