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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의 말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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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의 말솜씨
  • 최병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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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요 칼럼니스트
말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이다. 사상이나 지식체계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이 보다 유용하지만 직접적, 즉각적인 감정표현이나 솔직한 생각의 전달에는 말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정황에 맞게 말을 잘 하는 것은 자랑할만한 재주에 속한다.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교양수준, 생활정도, 출신지역, 직업, 종교 그리고 성격까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말을 인격의 표현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전국은 베이징올림픽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세계기록을 갱신하고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아차 실수로 메달을 놓친 선수의 안타까워하는 모습, 패자이면서도 승자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모습, 뒤처지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에서 감동과 함께 젊은이들의 아름다움을 확인한다.

그런데 우리의 대표선수들에게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과는 달리 소감을 밝히는 마이크 앞에서는 지나치게 천진하다. 천진하다는 표현은 사실 듣기 좋게 하는 얘기이고 말을 할 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뜻이다. 한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중언부언은 차치하더라도 단어의 선택과 어법이 듣는 이를 곤혹스럽게 한다.

태릉선수촌에서도 훈련을 마치면 간간히 교양시간이 있을 터. 그 시간에 기초적인 언어훈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간단한 인터뷰 요령, 바람직한 표정 관리, 잘못된 언어습관의 지적만으로도 우리의 젊은 선수들은 금방 세련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대표선수들의 인터뷰에서 특히 눈에 띄는 어색함을 몇 가지 지적하면 첫째, 같은 단어의 연속적인 사용이다. 박태환의 경우 ‘너무 좋은 성적이 나왔기 때문에 너무도 행복하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잘 해주어...’라고 ‘너무’를 너무 사용함으로써 너무 어린티를 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했기 때문에...’ 등 ‘때문엷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둘째, ‘....같아요.’의 남용이다. ‘아무튼 성적이 잘 나와서 좋은 것 같아요.’등이 예인데 이 ‘같아요’는 요즘 젊은이들의 상투어가 된지 오래다. 비가 오고 있는데도 ‘비가 오는 것 같아요.’라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세태다.

셋째, ‘양궁 같은 경우 다른 종목과 틀려서...’의 ‘틀려서’와 ‘같은 경우’ 이다. 가장 많이 틀리는 경우다. ‘틀리다’는 ‘다르다’를 잘 못 사용한 것으로 ‘틀리다’의 반대말은 ‘옳다’이고, ‘다르다’의 반대말은 ‘같다’인 것을 유념하면 ‘틀려서’라고 한 것은 틀렸다. 그리고 ‘양궁 같은 경우’는 ‘양궁의 경우’라고 해야 바른 말이다.

실황을 중계해보면, “핸드볼 같은 경우 역시 한국이지요?” “그렇습니다. 한국 같은 경우, 특히 여자 같은 경우 무시 못 하지요.”이다. 주제가 한국의 핸드볼인데 마치 제3자의 예를 드는 것처럼 되었다.

이번 경기의 중계방송에서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의 언어수준은 참으로 위험한 지경이었다. 경기의 규칙과 매너조차 숙지하지 못한 채 중계방송에 나서는 억지는 그만두더라도 서슴지 않고 악을 쓰며 비속어를 사용하는데 기가 질리고 말았다. 해설자가 속한 경기단체의 수준, 방송사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다.

우리말은 현존 6,000여개의 세계 언어 중 여덟 번째로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힘 있는 언어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이 담겨 있는 말이다. 말을 잘 하는 것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대한체육회의 또 다른 수준이다. 경기도 잘 하지만 말도 잘 하게 된다면 태릉선수촌은 모두가 훌륭한 도량이라고 칭송할 것이다.

그래도 배드민턴의 방수현 해설자, 탁구의 정현숙 해설자 같은 분이 있어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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