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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다. '촛불시위' 이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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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안다. '촛불시위' 이후를
  • 최병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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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요 칼럼니스트
촛불은 반드시 꺼진다. 스스로의 한계 때문이다. 강풍이 몰아치거나 더 큰 불이 번지거나 양초가 다 닳으면 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어둠을 밝히는 영원하면서도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지만 이내 그 생명은 소멸하고, 잠시 밝혔던 어둠이 되찾아올 것이다. 촛불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깊고 깊은 어둠이 몰려오면 잠시 촛불을 희망이라고 여겼던 손길들은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혼돈에 휩싸여 회한과 공포에 숨죽일 것이다.

촛불은 어둠을 밝히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어둠을 말살하여 종지부를 찍을 만큼 강력하고도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그것은 촛불이 발 앞의 어둠을 거둬내는 도구일 뿐 먼 곳의 어둠까지 해결하는 도구이거나 방화용으로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잠시 ‘촛불시위’의 한 자락에 섰던 정치인들은 이내 돌아서 또 다른 시빗거리를 찾아 나설 것이며 ‘문화시위’의 곁불을 쬐려고 음모하던 연대와 파업꾼들은 되레 돌팔매에 쫓겨날 것이다. 학생들은 곧 정상수업에 열중하느라 시청 앞까지 나갈 수 없으며 유모차 아주머니와 넥타이부대도 웬만큼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더운 날씨에 굳이 시청 앞을 찾고 싶지 않다.

이제 장마철이어서 쇠고기를 빌미로 한 이명박 정부 닦아세우는 것도 시들해지고 곧 올림픽이 개막되면 밤샘응원 하느라 쇠고기안주라면 미국산이든 호주산이든 따질 겨를이 없다.
그 다음이 궁금하다. 여전히 정치인 연대인 노조인 주정인 몇몇은 타오르지 않는 촛불을 되살리느라 핏빛 눈을 두리번거리겠지만 이 땅의 나머지 소갈머리 없고 이기적이고 배알머리도 없는 민초들은 반만년의 역사의 주인공답게 한숨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게 될 것이다.

천정부지로 올라버린 물가, 생명 줄인 직장의 부실, 눈 씻고 봐야 찾을 수 없는 일자리, 졸부들의 거들먹거림 등 어느 것 한 가지 견디기 어려운데 올림픽 성적은 보잘 것 없고 거기에 선진 교역국들의 따돌림은 갈수록 심해진다. 국제원자재 가격 폭등, 경제성장률 하향, 무역수지 적자, 외채 누적 등 각종 악재가 내일을 기약할 희망마저 시들게 한다.

또 다시 촛불을 들고 시청 앞까지 나가려 하나 양초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고 인상된 대중교통비가 발목을 잡는다. 우리의 눈에는 여기까지가 확연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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