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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살 처분'의 현장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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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살 처분'의 현장 <기자수첩>
  • 윤세권 기자
  • 승인 2008.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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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버린 사람 두고 청소하는 사람 혼낸다는 송파구의 항변

 

▲ 윤세권 송파타임즈 발행인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은 송파구가 개청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5일 광진구청 자연학습장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하자 AI 확산을 막기 위한 샘플 채취-긴급 살처분-방역 등 송파구의 발 빠른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일 언론으로부터 AI 발병의 진원지인양 뭇매를 맞고 있다. 오물을 버린 사람은 내버려두고 청소하고 있는 사람을 혼낸다는 송파구의 항변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대목이다. 

송파구는 서울에서 최초로 AI가 발견된 광진구와는 다르다고 항변한다. 재래시장에서 사온 꿩이 죽어 파묻었던 것을 다시 끄집어내 국립 수의과학검역원에 검사 의뢰한 것이 아니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사육농가 6곳에서 샘플링 한 살아있는 닭과 오리 12마리를 8일 검사 의뢰했다. 또 양성반응 결과가 나오자마자 휴일에도 불구하고 즉시 직원 동원령을 내려 살처분에 나서는 등 적극적 능동적 예방행정을 펼치며 기초자치단체로서 할 일은 다했다는 것이다.

11일 오전 고병원성 AI 가능성이 전해지자 송파구는 3일간의 황금연휴에 들어가 있던 직원들에게 긴급 동원령을 내리는 한편 살처분에 투입될 직원들이 복용할 예방약과 마스크, 방역복, 삽, 마대, 소독약 등 살처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역복을 갖춰야만 하기 때문. 이런 발 빠른 준비로 인해 오후 4시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 직후 불과 2시간만에 300여명의 직원이 긴급 살처분 현장에 투입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6시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빵과 우유로 겨우 허기만 면한 상태에서 12일 오전 7시30분까지 밤샘작업을 계속, 8000여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했다. 살처분 과정에서 사육장을 빠져나온 닭·오리를 잡기 위해 또 다시 12일 오전 9시30분 30여명의 직원이 추가로 투입돼 3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송파구는 언론에서 ‘몇 마리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등 AI 확산을 막아보려고 약을 먹고 사육장에 뛰어든 공무원의 희생은 너무 쉽게 폄하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지르고 있다. 

더구나 살처분 당일 간부직원 한 명도 나와 보지 않으면서 서울 전역에 대한 살처분 결정을 내린 서울시의 언론플레이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보도자료를 통해 ‘송파구청을 감사하겠다’고 밝히자, 송파구는 “서울시를 대신해 AI 확산을 막아줘서 감사하다는 감사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정·장지지구는 이미 2006년 6월 개발이 확정돼 관리감독권이 서울시 산하기관인 SH공사로 넘어가 있는 상태인데, ‘누구를 감사하겠다는 것이냐’는 반문이다.

송파구는 가금류 살처분 이후 현재도 매몰현장에 대한 24시간 통제 및 방역을 위해 24시간 근무 동원령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비상체제라고 하지만 일반 업무는 업무대로 진행하면서 방역문제를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건 불가항력이라고 억울해하고 있다. 왜 국가지대사인 방역문제를 기초자치단체에만 책임을 떠넘기느냐는 송파구의 항의에 서울시와 정부는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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