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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군씨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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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군씨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윤세권 기자
  • 승인 2008.05.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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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요양원서 경로잔치 연 퇴임 앞둔 송파구청 공무원

 

가스·통신·소방 등 자격증만 10여개, 내무부장관상을 비롯 서울시장상·경찰서장상·송파구청장상 등 그동안 휩쓴 표창 및 감사장만도 40여개에 이르는 송파구청 길병군 씨(56·기능8급)가 6일 청암요양원 할머니들에게 마지막 경로잔치를 열어주었다.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끝내고 공로연수를 떠나는 길 씨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청암요양원에서 '길병군 주최'의 11번째 경로잔치를 열었다. 그로서는 마지막 경로잔치여서 여느 때보다 신경을 더 많이 썼다. 떡과 과일·음료수 등 푸짐한 다과상은 물론 흥겨운 가락도 준비했다.

길씨와 봉사를 함께 해온 다울예술단(단장 김경희) 단원 10여명이 민요를 비롯 판소리·품바·무용 등으로 할머니들의 흥을 한껏 돋웠다.

길씨가 청암요양원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80년대 소방공무원 시절. 비번 날이면 병원과 수락산 요양원을 오가는 차량 수송봉사를 하면서 틈틈이 부식이며 쌀·고기 등을 몰래몰래 갖다주었다.

송파구청에 들어오면서 길씨의 경로잔치, 효도관광은 본격화 됐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수안보 온천, 용인민속촌, 용문산 등 전국을 누볐다. 청암요양원 뿐 아니라 소망의집, 루디아의집, 여주소망의집, 임마누엘재활원, 신아재활원 등 인연이 닿는 복지시설마다 식료품 후원도 계속했다.

너덜너덜 헤어진 그의 수첩에는 쌀 20가마, 라면 10박스, 양말 50켤레, 차량수리 등 그간의 봉사내역이 빽빽이 적혀 있다. 30여 년간 후원한 물품을 돈으로 환산하면 6600만원.

그러나 정작 그의 삶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사기를 당해 진 빚 2억7000만원도 해결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을 쉬지 않는 까닭은 “내 할 일 다 하면 못 돕는다”는 평소 신조 때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살아있는 한 나눔을 쉴 수 없는 까닭이다.

83년 군복무 중 아버님을 잃고, 2006년 어머님마저 잃은 그는 정작 부모님을 위한 잔치는 단 한 번도 열어드리지 못했다. 군복무 또는 형제들의 잇단 순직으로 환갑잔치는 물론 칠순, 팔순도 챙기지 못했다. 그게 못내 한이 됐다.

“비록 우리 부모님께는 못했지만 다 내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합니다.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에 핀 웃음꽃과 어깨춤을 보면 내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직 30년, 나눔도 30년… ‘길병군표 행복만들기’는 정년퇴직을 앞둔 지금도 진행형이다.

 

▲ 송파구청에 근무하는 길병군 씨가 정년을 앞두고 6일 청암요양원에서 100여명의 할머니들에게 경로잔치를 열었다. 길씨와 선행을 함께 해온 다울예술단이 흥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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