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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묻어있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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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묻어있는 감정
  • 최병요 칼럼니스트
  • 승인 2008.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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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요 칼럼니스트
백색(白色)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 자기를 변명하거나 남을 헐뜯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또는 남을 돕기 위한 거짓말을 일컬음이다. 물론 사특한 마음으로 사리사욕을 위해 하는 거짓말은 흑색 거짓말이 된다.

백색 거짓말의 대표적인 예로서 장사꾼의 밑지고 판다는 말, 노인의 빨리 죽어야겠다는 말, 노처녀의 시집 안 간다는 말을 꼽는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거짓말은 ‘나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거짓말이라는 것쯤은 대강 아는 이야기다.

누구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간접표현인데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성직자와 교육자, 그리고 공직자다. 이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 정직성 외에 도덕성까지 갖추어야 신도와 제자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존경을 받는다.

성직자의 경우 절제라는 도덕성을, 교육자의 경우 전인격이라는 도덕성을, 공직자의 경우 청렴이라는 도덕성을 가다듬어야 참 성직자, 참 교육자, 참   공직자로서의 위상이 정립된다.이번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요 직책을 맡게 된 공직자 가운데 도덕성은 고사하고 정직성을 의심받는 인사가 여럿 포합되어 있어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흠은 아니라지만 위장전입이라는 불법을 통해 취득했다거나 필요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해 투기의혹을 받고서도 ‘땅을 사랑했을 뿐’이라고 외댄다면 이는 뻔뻔함의 극치이다.

해외 유명대학의 교수직을 사칭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자의 논문을 베끼거나 가로채서 석학행세를 한다면 아예 교육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터인데 고위 공직까지 맡겠다고 나선다면 이를 어찌 양심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고위 공직자 가운데 유독 병역 면제자가 많은 것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대 후반의 한창 청년기에 그다지도 병약하고 의지력 부족이었다면 어떻게 고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으며 설령 고시에 합격해 공직을 맡았다 하더라도 그 고된 업무를 감당할 수 있었을지 상식인의 머리로는 깜냥하기 어렵다. 혹시 대학동기들이 군대에 가 병역의무를 다하는 3년 동안 지름길을 달려간 요령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는지 의문스럽다. 이도 모자라 탈세혐의를 받고서도 실수였다며 물어내면 된다고 너스레를 치는 데는 더 할말이 없다.

그들은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항변을 하는 모양이다. 공직자윤리법은 최소한의 규범일 뿐이다. 그 정도의 가치관으로 어찌 국가를 경영하는 일에 나서려 하는지 그 몰염치를 따져보고 싶다. ‘재산 많은 게 무슨 잘못이냐’  ‘교수직 몇 년 하고서 그 정도의 재산을 모으지 못하겠느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땅을 매집했다’ 등의 치졸한 변명을 듣고 있노라면 언어에 묻어있는 감정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그들이 후학을 가르치는 교육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새삼 그들의 거짓말을 까발려 미움의 대상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들의 부정직성과 몰염치가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어 처세의 본보기로 기념될까 걱정스러울 뿐이다. 이미 선진국 진입의 가치기준인 도덕성에 대한 기대는 저버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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