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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큰 숙제 던져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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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큰 숙제 던져준 세월호
  • 정인배 송파소방서 지방소방사
  • 승인 2015.11.1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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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배 송파소방서 지방소방사
2014년 4월16일, 대한민국은 커다란 슬픔과 불안에 사로잡혔다. 보호되어야 할 꽃다운 생명이 무거운 바다 속에 갇혔다는 사실은 그것 자체로 비극이었고, 구하지 못했다는 현실은 대한민국의 안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90년대 발생한 커다란 참사를 겪으며 발표된 선언과 강화된 정책들, 그리고 우리 소방공무원의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쌓여나가던 '대한민국은 안전하다'는 기본전제에 커다란 금이 간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이 슬픔과 불안 속에 잠겨 있을 때 국민안전처가 출범했고, 나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축복 속에서 화려하게 시작한 것은 아니었지만, 발걸음까지 무겁지는 않았다. 시작과 동시에 해야 할 일과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기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특히 외근직 소방공무원은 사고현장에서 직접 시민과 마주하기에 더욱 긴장하고 업무에 집중해야 했다.

현장에서 우리가 하는 실수는 곧 인명사고나 더 큰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때로는 그런 긴장감이 오히려 실수를 만들기에 거듭되는 훈련을 통해 긴장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재난현장에서 활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민들은 아주 작은 불안감에도 119를 이용한다. 오늘 아침만 해도 양생 중이던 임시 포장 도로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를 보고 이상하다며 신고를 했다. 이렇게 신고를 해주는 시민께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첫 번째로 큰불이 작은 불에서 시작되듯, 큰 재난은 작은 전조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번거로운 일이겠지만 작은 일도 119로 신고하는 시민의식 덕분에 큰 재난과 인명피해로 번질 것들이 단순 사고나 작은 피해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큰 실수는 굵은 밧줄같이 여러 겹의 실수로 만들어진다”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기억하고 작은 사고 하나라도 없애야 한다.

두 번째로 119에 보내주는 시민들의 믿음 때문이다. 무엇이라도 구조, 구급, 화재, 재난과 관련된 것들을 신고하면 119에서 해결해 줄 거라는 믿음, 그런 믿음이 우리에게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커다란 숙제를 던져줬다. 이 숙제는 대한민국에 세월호 같은 재난이 발생하지 않게 함으로써 풀 수 있다는 점에서 끝이 없는 숙제고 우리가 모두 관심 가져야 할 숙제다. 나 역시도 새내기 소방관으로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하여 더욱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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