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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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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말 한마디
  • 김병연 시인
  • 승인 2015.03.3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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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시인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말은 영혼의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말에서 보이지 않은 영혼을 보게 된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은 비단같이 고운 말을 할 테고, 샘물같이 투명한 영혼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듣는 건 은어의 유영을 보는 것처럼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얼음처럼 차가운 사람이라면 말에도 찬바람이 일고 오뉴월에 듣는다 해도 듣는 이의 가슴엔 하얀 서리가 내리지 않을까.

자신이 믿는 바를 주저 없이 말하는 사람은 감동적이다. 그의 영혼은 수정같이 빛나며 다이아몬드같이 단단할 것이다. 정의와 홀로 싸우는 자의 외로움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자신을 부정하는 말 한 마디면 살려주겠다는 말에 그들은 지조 없는 말 대신 목숨을 내놓지 않았던가.

시간은 그들에게 의인의 면류관을 씌워 역사를 빛나게 만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내 앞가림에 급급해 마땅히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는 나 같은 소인이야 그들 앞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유구무언이다.

말보다 침묵이 좋을 때가 있다. 그러나 침묵을 대화로 나눌 수 있는 관계가 어디 그리 흔한가. 함께 산 세월이 삼십 년은 넘어 육감만으로도 서로를 알 수 있는 부부나 눈빛만으로 통할 수 있는 애틋한 연인이 그럴 것이다. 기왕에 말을 한다면 나직하게 안개처럼 말하고 싶다. 산골 계곡 물 같은 소리로 말하고 싶고 소나기 지나간 여름 들판 같은 말을 듣고 싶다.

말 한마디에 영혼을 베이는 것이 사람이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들려준 말이거나 위인들의 명언으로 진리에 진리를 더한 말이 그 말이다. 그 말 한마디 가슴에 품고 노력한 결과 과학자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대통령이 되기도 했다고 사람들은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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