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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초원에 떤 ‘솔롱고’(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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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대초원에 떤 ‘솔롱고’(무지개)
  • 맹형규 국회의원 (열린의사회 후원회장)
  • 승인 2007.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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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지난 여름 열린의사회의 의료 봉사활동에 참석하기 위해 짬을 내 몽골에 다녀왔다. 해마다 하는 일이긴 하지만 의료 혜택에 목말라 하는 벽지의 몽골인들을 볼 때마다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열린의사회의 몽골 진료는 금년이 12년째, 그동안 몽골인들과 많은 인연을 쌓았다. 금년에는 2개 팀으로 나뉘어 A팀은 북쪽의 오지 헙스굴주에서, B팀은 고비사막의 던고비주에서 각각 진료활동을 벌였다. 2팀을 합치면 100명이 넘는 대식구다. 후원회장 겸 자원봉사자인 나는 당내 경선 때문에 전체 일정을 소화할 수 없어 사흘 만에 다녀오는 강행군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황량한 고비사막 도로도 없어

B팀이 간곳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300㎞ 떨어진 던고비주의 만들고비마을. 황량한 고비사막 한 가운데에 위치한 궁벽한 마을이다. 버스로는 7시간, 짚차로는 5시간 정도 걸리는 오지이다. 한국 같으면 승용차로 3시간 정도 거리인데 가는 길이 험해서 고생을 좀 해야 한다. 도로가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고 표지판도 없는 황량한 벌판을 현지 운전기사는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잘도 찾아 달린다.

곳곳에 파여 있는 웅덩이 덕에 자칫 긴장을 풀었다간 허리 다치기 십상인데, 내과 이영미 선생은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붕 떴다 떨어져 팔과 허리에 부상을 입고 많은 고생을 했다. 한방 박형선 원장(단장)은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을 데려왔는데, 뭐가 그리 신나는지 귀여운 얼굴이 연신 싱글벙글 이다. 아이는 아이인가 보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특히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많이 참여했다. 그들에게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사진에 새치기로 골머리

마을병원에 마련된 진료소엔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내가 하는 일은 접수 보는 일이다. 수백 명의 진료희망자들을 차례차례 면담하면서 필요한 진료과목을 정해주고 해당 의사 선생님에게 보내주는 일이다.

말은 쉽지만 현지인 통역들도 기피하는 일이 바로 접수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다보니 질서 잡기도 쉽지 않고 또 현지 실력자들(?)이 통역과 짜고 끼워넣기를 하는 바람에 자칫 난장판이 되기 십상이다.

지난해에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통역이 처음 보는 명단을 들고 이름을 차례차례 부른다. 그 명단이 뭐냐고 물으니 일찍 온 사람 이름을 순서대로 적어 놓은 것이란다. 이름 적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제차 물으니 현지 국회의원 보좌관이 준 것이란다. 아마도 현지 지구당과 연결되는 사람들의 특혜명단인 듯 싶었다.

접수를 잠시 중단하고 진행팀과 논의한 결과 300명의 명단 가운데 100명만 일단 인정해 주되, 운영의 묘를 살려 노인과 어린이를 중간중간 끼워 넣기로 하고 그 후에는 줄선 순서대로 접수를 받기로 했다.

현지 나란차차 의원은 총리를 지낸 거물정치인으로 현재 건설부장관을 겸하고 있는 인물. 지난해 몽골 방문시 보드카를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눈 일도 있는 나와는 친숙한 사이이다. 마침 부친상을 당해 울란바트로에 가 있어 진료현장에 나타나지는 못했는데 후덕한 인품으로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대표적인 친한파이다.

평소 특혜나 빽에 대한 혐오증을 갖고 있는 터라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란차차 의원의 면을 봐서 한번은 넘어가기로 했다.

간절한 눈으로 줄서서 기다리는 환자들을 하나하나 접하면서 고교시절 강원도 삼척군 벽지에서 농촌 봉사활동을 할 때 만났던 사람들 생각이 났다. 씻지 않은 얼굴, 남루한 옷차림,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퀭한 눈동자. 문득 세월이 정지된 듯 한 느낌을 받았다.

심한 가뭄으로 물이 귀해 목욕은커녕 남은 생수로 고양이 세수를 겨우 한 내 몰골도 그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으리라.

 

한국 의료진의 헌신적 봉사

 

한국 의료진은 현지에서 인기가 최고이다. 뛰어난 실력에다 가져간 약도 현지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귀한 것들이다. 우리 의료진이 진맥만 한번해도 다 나은듯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신뢰가 높다.

양고기 등 육식만 해서인지 심장병과 풍 환자들이 많았고, 간염환자와 요통·관절통 등 통증환자들이 많았다. 청결치 못한 환경 속에서 작은 상처마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특히 마음 아팠다.

열린의사회에 참여하는 의사선생님들은 봉사활동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헌신적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치료 해주려 식사시간도 대충 때우며 최선을 다한다. 이번 A·B팀 합쳐 약 1000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했다. 사랑의 실천이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끝없이 펼쳐지는 환상의 대초원

 

서울의 일정이 바빠 도착 다음날 오후 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울란바트로로 가는 길에 다시 본 몽골 대초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환상이었다. 마침 전날 밤 비가 내려 먼지하나 없는 길을 덜컹덜컹 달려가는데 사막을 벗어나니 초록빛 대평원 위에 무지개가 섰다.

선명한 무지개를 보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어머니가 전씨를 가졌을 때 무지개타고 내려오는 옥골선풍의 선비를 보는 태몽을 꾸었다던 1980년 봄 어떤 아첨꾼이 썼던 글이 왜 갑자기 떠오를까.

무지개는 몽골어로 솔롱고이다. 솔롱고는 그 나라에서 희망을 의미한다. 몽골 대초원의 솔롱고. 그것이 선명한 만큼이나 우리의 희망도 선명히 눈앞에 다가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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