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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전 ‘도미부인’ 뮤지컬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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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전 ‘도미부인’ 뮤지컬로 부활한다
  • 윤세권 기자
  • 승인 2007.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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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송파 문화유산으로 만들어야
충남 보령· 경남 진해 등서 연고권 주장

 

▲ 1995년 윤여환 교수가 그린 도미부인 표준영정. 충남 보령시 오천면 교성리 도미부인 사당인 정절사에 소장돼 있다.
백제 제4대 개루왕(재위 128∼166년)의 회유와 강요에도 굴복하지 않고 정절을 지킨 한 여인이 1800여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오는 10월 송파구 주민들을 만난다. 

열녀의 표상인 도미부인은 현재 충남 보령시에서 사당을 지어 매년 경모제를 여는 등 전국의 많은 도시가 연고를 주장하고 있으나, 도미부인이 왕을 속이고 왕성(풍납토성)을 빠져나와 배를 타고 달아났던 곳이 잠실지역인 것으로 정설화 되고 있어 도미부인은 송파의 또 하나의 문화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는 삼국사기 백제본기 ‘도미열전’에 나오는 도미부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뮤지컬을 제작, 제8회 한성백제문화제가 열리는 10월6∼7일 오후 5시 올림픽공원 수변무대에서 초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도미부인’은 영화감동 이규형씨가 극작가로, 시인 박건호씨가 작사가로, 프로듀서 오상준씨가 작곡가로 참여하고 있다.

도미부인은 조선 세종때 만들어진 삼강행실도에 열녀의 표상으로 올려진 이후 월탄 박종화의 단편소설 ‘아랑의 정조’, 2002년 최인호의 소설 ‘몽유도원도’의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1984년엔 국립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도미 부인‘의 히로인이 됐다.

현재 도미부인과 관련해 충남 보령시를 비롯 경남 진해시, 강남구·하남시 등 전국 여러 곳에서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다. 진해시는 청안동 안골 해안가에서 ‘백제정승 도미지묘 배정열부인’(百濟政丞 都彌之墓 配貞烈夫人)이란 묘와 비석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보령시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천성도라는 지명과 성주도씨 문중이 많이 산다는 이유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보령시는 진해에 있던 묘를 이장해오고 도미부인 사당인 정절사를 지어놓고 매년 10월 초 도미부인 경모제를 지역축제 행사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1995년 윤여환 교수가 그린 도미부인 표준영정을 제작, 사당에 봉헌하기도 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도미부인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남시는 최근 창우동에 대한 지표조사에서 나루터나 건물터로 추정되는 유구를 발견했다고 밝혔고, 백제시대 유물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강동구도 2004년 천호1동 천일어린이공원에 도미부인 동상을 세워 기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뮤지컬 ‘도미부인’ 제작을 계기로 송파구가 도미부인의 새로운 연고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역사학계는 풍납토성이 초기 백제의 왕성으로 유력한 만큼 보령과 진해는 지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도미 부부가 상봉한 ‘천성도’는 임진강이나 예성강 하류의 섬이라는 것이 역사학계의 정설로 돼 있어 이들 부부가 탄 배는 한강 하류로 향했을 것이므로 왕성인 풍납토성을 황급히 빠져나온 도미의 아내가 배를 탄 곳은 풍납토성 서남쪽, 즉 지금의 잠실 부근 한강변 어느 곳이라 보아야 한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한편 삼국사기에 실려 있는 도미부인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백제사람 도미는 의리 있는 사람으로 서울 한성 부근의 벽촌에 살고 있었고, 그 아내는 아름답고도 절행이 있어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개루왕이 도미를 불러 말하기를, "무릇 부인의 덕은 정결이 제일이지만, 만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꾀면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 사람이 드물 것이다"고 하자, 도미가 대답하기를 "신의 아내는 죽더라도 마음을 고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왕이 이를 시험하려고 도미의 집을 찾아 그 부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래 전부터 너의 아름다움을 듣고 도미와 장기내기를 해 이겼다. 내일은 너를 데려다 궁인을 삼을 것이니, 지금부터 네 몸은 나의 소유다"고 하면서 난행하려 하였다. 이에 부인이 "국왕에겐 망령된 말이 없습니다. 내가 감히 순종하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대왕께서 먼저 방으로 들어가소서. 내가 옷을 갈아입고 들어가겠습니다"하고 물러와, 노비 한명을 단장시켜 들어가 수청을 들게 했다.

후에 왕이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하여 도미를 죄로 얽어 두 눈동자를 빼고 사람을 시켜 끌어내어 작은 배에 싣고 물 위에 띄워 보냈다. 그리고 그 부인을 궁궐로 불러 강제로 취하려 했는데, 부인이 "지금 남편을 잃어버렸으니 단독일신으로 혼자 살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왕을 모시게 되었으니 어찌 감히 어김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은 월경으로 온 몸이 더러우니 다른 날 깨끗이 목욕하고 오겠습니다"하니, 왕이 믿고 허락했다.

부인은 그날 도망해 강 어귀에 이르렀으나 건너갈 수가 없어 하늘을 부르며 통곡하는 중 홀연히 한 척의 배가 물결을 따라 오는 것을 보았다. 그 배를 타고 천성도에 이르니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던 남편을 만나, 고구려로 건너가서 그곳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나물과 풀뿌리를 케어 가며 일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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