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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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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견새가 되지 않으려면
  • 김병연 시인·수필가
  • 승인 2007.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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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연 시인/수필가
옛날 중국 촉나라에 망제라는 왕이 있었다. 어느 날 망제가 문산이라는 산 밑을 지날 때 산 밑을 흐르는 강에 물에 빠져 죽은 시체 하나가 떠내려 오더니 망제 앞에서 눈을 뜨고 살아나는 것이었다. 망제가 이상히 생각하고 그에게 물으니 "저는 형주 땅에 사는 별령이라는 사람으로 강에 나왔다가 잘못해서 물에 빠져 죽었는데 어찌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망제는 하늘이 자신에게 어진 사람을 보내 준 것이라고 생각해 별령에게 집과 벼슬을 내리고 장가도 들게 해 주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정승자리에 오른 별령은 은연 중 불측한 마음을 품었다. 때마침 별령에게는 천하절색인 딸이 있었는데, 그는 이 딸을 망제에게 바쳤다. 망제는 별령의 딸에게 빠져 국사를 소홀히 했다. 이러는 사이 별령은 여러 대신과 짜고 망제를 나라 밖으로 몰아내고 자신이 왕위에 올랐다. 하루아침에 나라를 빼앗기고 타국으로 쫓겨난 망제는 촉나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매일 울기만 했다. 마침내 망제는 울다가 지쳐서 죽었는데, 한 맺힌 망제의 영혼은 두견이라는 새가 되어 밤마다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이 두견새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도 크다. 요즘 우리의 현실을 보면 1960년대 우리 경제의 자화상인 보릿고개를 까마득히 잊은 것 같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는 오직 첨단기술의 개발만이 나라의 안전과 풍요를 보장할 수 있다. 경제규모가 우리는 미국과 비교도 안 되는데, 매년 미국보다 많은 공학사를 배출하여 소위 이공계 인재가 흘러넘치고 있다. (미국의 연간 공학사 배출 4만9000명, 한국의 연간 공학사 배출 5만명).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때 가격형성이 어떻게 되는 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공학사가 과잉 배출돼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극에 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예로 국가지원 연구과제 규정은 연구원의 월 인건비 상한선을 박사 180만원, 학사 1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필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은 서울공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 정부출연연구소의 계약직 연구원으로 취업했다가 그만두고 모 대학 교육대학원에 입학했다.

비사범대 출신도 교육대학원을 졸업하면 교원임용고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교육대학원 졸업자의 교원임용고시 합격률이 고작 3%인 현실에서 서울대 출신 공학석사가 교사가 되겠다고 교육대학원으로 가는 것을 보면 유수한 공대의 최우수 인재들이 몇 년씩 공부해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몰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이라는 카이스트에서도 연간 40∼50명 정도의 인재가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수 인재의 이공계 기피는 후일 우리 경제를 후진국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지게 한다.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기술 추격을 해오고 있는데, 우리가 밥술이나 먹게 됐다고 자만에 빠져 이공계 기피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망제가 별령의 딸에게 빠져 국사를 소홀히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우리는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과학기술입국을 위해 어찌 해야 될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된다. 후일 두견새가 되지 않으려면.  

<청주시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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